테러전쟁은 이길 수 있는 전쟁인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테러가 통용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할 수는 있다고 본다.
부시 대통령이 얼마 전 구설수에 올랐다. 한 방송기자의 질문에 이처럼 속내를 내비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진의는 그게 아니라는 거다. 테러전쟁은 적으로부터 공식 항복문서를 받아냄으로써 끝낼 그런 성격의 전쟁이 아니라는 걸 말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테러전쟁의 승리를 재차 다짐했다.
백악관의 해명은 그렇다고 치고 미국은 테러전쟁에서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이길 수 없다’- 이 대답은 정치권에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권 향방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지극히 현명하지 못한 발언이니까.
테러리즘이란 단어의 정의에 대입해 보면 테러전쟁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이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폭력적 수단이 테러리즘이다. 테러전쟁 하면 그 뜻은 그러므로 수단과 싸우는 전쟁이 된다. 해서 하는 말이다.
테러전쟁이란 표현은 그러므로 일종의 완곡어법이다. 애써 무엇인가를 피하기 위해 내건 말이다. 미국이 싸우고 있는 전쟁은 그러면 무슨 전쟁일까.
“우리의 적은 폭력적인 극단의 회교 원리주의자들이다.” 해군성 장관을 지낸 존 레흐먼이 내린 진단이다. 사실에 있어 문명의 충돌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극단의 회교 원리주의자들에게 있어 미국으로 상징되는 서방은 모두가 파괴대상일 뿐이다. 현대적 가치관을 이들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끝 모를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과의 전쟁은 사실에 있어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그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된 시점이 2001년 9월11일이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워싱턴의 미 국방부 건물이 회교 원리주의자들의 파상 공격에 무너져 내린 그 날 말 이다.
전선은 이후 계속 확산되고 있다. 뉴욕에서 모스크바로. 마드리드에서 자카르타로. 또 예루살렘, 로마, 네팔, 팔루자…. 그리고 마침내 러시아의 베슬란에서는 수백 명 어린이가 학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제 와서 보면 회교 원리주의자들의 자살폭탄은 이스라엘만을 겨냥한 게 아니다. 문명권 전체로 보인다.
“이제 우리는 모두가 9.11 세계에 살고 있다.” 누가 한 말이던가. 그 말이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그나저나 이 전쟁은 언제나 끝날 것인가.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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