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까운 곳에 즐겨 찾는 커피샵이 하나 있다. 지천으로 널려있는 타운 커피샵들 중 이 가게를 선택한 이유는 여럿이다. 지척에 있다는 점, 무선 인터넷을 공짜로 쓸 수 있다는 점, 괜찮은 맛의 레귤러 커피가 스타벅스 수준으로 싸다는 점 등등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장난기 있는 얼굴의 흑인 남자 종업원이 카운터에서 커피를 끓여주고 손님을 맞는다는 점이다. 다른 업소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켄 스미스. 24세. 싱글. 샌타모니카 칼리지에서 항공공학을 공부 중이고 목표는 칼텍 편입. 일본에서 태어나 런던, 뉴욕 등에서 산 적이 있고 현 거주지는 코리아타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돌솥비빔밥, 술은 소주. 업소가 문을 연 작년 2월부터 근무.
이 정도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다. 하지만 그를 보면 괜스레 친밀감이 느껴져 변변치 않은 영어도 몇 마디 던져 보게 된다.
손님들도 대부분 그를 좋아한다. 밥을 사 주는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친구가 되어 나이트클럽에 데려가는 젊은이도 있을 정도다. ‘쿨하다’ ‘편하게 대해서 좋다’는 것이 주된 반응이다. 물론 타인종이 한인업소에서 일하는 걸 불편해 하는 소수도 있긴 하다.
인터넷 광고를 보고 찾아온 그가 끈질기게 일자리를 요청해 고용했다는 1.5세 사장은 “비즈니스에 득이 됐다”고 평가한다.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업소 지향점과도 일치한다. ‘격’을 깨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을 맞듯 고객들의 이름을 부르고, 자주 주문하는 커피까지 아는 그는 이런 분위기를 창출하는 데 적격이다. 그가 있어 백인 등 전체 고객의 30%를 차지하는 타인종들도 마음 편히 드나든다.” 그가 전하는 흑인 종업원 고용 효과다.
더 바람직한 것은 켄이 “사장은 지금까지 겪어본 고용주중 베스트. 내게 형제 같고 조언자 같다. 한인들은 알고 보면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리아타운은 에너지 넘치는 곳”이라고 예찬하는 그가 좋은 한인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전할 것임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열변을 토하면서 거창한 인종화합의 깃발을 높이 들 필요는 없다. 굳이 마틴 루터 킹의 연설 ‘I have a dream’을 들먹이지 않아도 좋다. 인종화합은 타인종을 고용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것 같은 지극히 작은 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커피샵에서 느낀 것이지만, 피부색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이 조화롭게 사는 곳에서 나는 향기는 카푸치노 향보다 낫다.
김 장 섭<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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