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은 국가 보안법 폐기를 놓고 찬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반국가 단체에 협력하는 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법으로서 북한을 겨냥한 법이다. 이 법을 폐기해야 하느냐를 토론하기 앞서서 이 법이 아직도 유효한 지를 봐야 한다.
법이 계속해서 유효하기 위해서는 그 법이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집행되어야함을 전제한다. 필자가 보기에 문제가 되는 조항은 8조, 회합·통신 등의 조항이다.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 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 방법으로 연락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전술한 바의 국가 보안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서 수많은 정치인들이 북한을 방문하여 반국가 단체의 총수와 회합하고 향연을 가진 것은 본 법을 위반한 행위다.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의 변명은 김대통령의 방문은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본 법을 위반하지 않았고 또 대통령의 통치 행위이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정치인들의 이러한 행위로 국민의 국가관과 군 장병의 주적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의 군함이 남한의 영해에서 아군의 경비정에 발포를 해도 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군대로 한국군은 전락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일과 희희낙락하고 있는 동안 남쪽의 학생들은 인공기를 게양하고 김정일을 찬양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죄가 안 된다는 이론 역시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11조에서 명기한 바와 같이 모든 국민(대통령을 포함)은 법 앞에 평등하다. 대통령이기 때문에 국가 보안법을 위반해도 상관없다는 이론은 존재할 수 없다.
이와 같이 국가 보안법을 줄줄이 위반한 인사들을 처벌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비춰 볼 때 국가 보안법은 앞으로 유사한 범법을 자행하는 여하한 자도 처벌할 명분이나 법적 근거를 상실하고 말았다.
앞으로 이 법을 집행한다면 이러한 행위는 선별적 기소(selective prosecution)로 위헌적 행위다. 다른 사람이 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되더라도 “왜 나만 처벌하려 드느냐”고 따진다면 검찰측에서 할말이 없다. 이미 보안법 개폐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자 피고들이 재판을 받지 않겠다고 나오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버지니아 주에는 아직도 백인과 유색 인종 간의 결혼을 금하는 법이 있다. 또 부동산 소유권 권리증에 “본 부동산은 유색인종에게 이전할 수 없다”는 제한을 명기해 놓은 것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이나 제한은 오늘날 집행할 수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고 입씨름을 할 필요조차 없고 따라서 이를 폐기하자는 주장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국가 보안법을 폐기하자고 주장하는 여당이나 이것을 고수하자고 주장하는 야당이나 모두 불필요한 일에 힘을 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인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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