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전당대회 부시 연설에서 한국은 3,600명을 이라크에 파병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맹국의 명단에서 탈락했다. 백악관은 이것이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실수라고 했지만 고의든 실수든 그만큼 한국이 미국에 중요하지 않게 비쳐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추가 파병을 강요하기까지 한 사실을 비추어 볼 때 전당대회에서 동맹국 명단 누락은 평등한 한미관계를 지향하는데 간과할 수 없는 사항이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린 회담 등에도 초기부터 한국은 상당히 무시되어 왔다. 이 모든 것이 약소국가로서 한국의 국가 경쟁력과 외교력이 부족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미관계의 평등함을 끌어낼 만큼 정부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힘없는 한국이 핵문제, 통일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주변국가들에 끌려 다니는 것은 구한말 열강의 침입 때와 유사하다.
1990년대 초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되면서 자연히 북한도 무너질 것이라 예견했지만 북한은 쿠바를 제외한 세계 유일의 공산국가로서 핵문제를 들고 미국과 담판을 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북한도 이제는 망할 징조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진입하며 자국에 득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북한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햇볕 정책처럼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개방 쪽으로 유도하여 평화적인 통일로 연결 지을 수 있다면 최상이겠으나 북한은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수백만이 굶어 죽고 탈북자의 행렬이 국제사회의 문제가 되는데도 그들은 정권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점진적으로 교류하여 이질감과 격차를 없앤 후 통일시키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힘이 필요하며 그러려면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을 우리편으로 끌어들이는 외교력의 증강이 관건이다.
전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책임지고 있는 미국과 그 역할을 이행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불필요한 전쟁을 일으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나 부시 대통령은 경험 있는 참모진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케리가 당선될 경우 백악관의 대대적인 체제 변화와 과거 공화당이 추구하던 미국의 대외정책을 전환시켜 새 정부를 끌어가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또 그가 힘을 바탕으로 하는 공화당의 정책을 극복하고 평화주의적인 정책을 실현하는데 얼마나 성공할 지 아직은 미지수다.
내년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건 미국은 남북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난 2년 간 노무현 정부의 대미 외교 역량은 너무나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이번 미국 대선을 계기로 워싱턴의 분위기를 정확히 읽고 두 번 다시 동맹국 명단에서 탈락되는 수모를 겪어서는 안 된다. 구호로 외치는 자주보다 무엇이 진정으로 한국의 이익인가를 살피는 것이 급한 일이다.
서니 리/한미 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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