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단지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여행 예찬론이다. 인생을 풍요롭게 살려면 여행을 많이 하라는 가르침이다. 똑같이 나이 40, 50을 살아도 세계 각지를 다녀본 사람과 평생 한 곳에 묶여 다람쥐 채 바퀴 돌듯 살아온 사람의 경험은 같을 수가 없다.
비슷한 맥락으로 세상을 커다란 저택에 비유하는 언어학자가 있다. 세상은 방이 아주 많은 대저택인데 한 개의 언어밖에 모르는 사람은 그 많은 방을 다 놔두고 단지 한 개의 방에서 갇혀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언어는 문화의 비밀을 여는 열쇠와 같아서 열쇠를 많이 준비한 사람일수록 많은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세상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아주 불쌍한 지경은 일단 면했다. 한국어와 함께 잘하든 못하든 영어를 또 하나의 언어로 사용하고 있으니 방 한 칸에 갇혀 사는 신세는 벗어났다.
아울러 우리의 2세들은 ‘언어의 대저택’에서 활보할 수 있는 기본적 여건을 타고난 행운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집안에서는 한국어, 집밖에서는 영어 등 2개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으니 말이다. 많은 한인 가정에서 히스패닉 보모를 고용하고 있는 것도 언어 교육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일. 어린이들이 3개 언어를 동시에 익히며 자라는 풍요로운 언어 환경이다.
하지만 여러 언어를 동시에 가르치면 아이가 혼란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한인 부모들 중에는 그런 염려 때문에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우리의 뇌도 대저택의 방과 같아서 각 언어마다 관장하는 부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 조지타운 대학 등의 신경과학자들은 난독증 연구를 위해 영어권 어린이와 중국어권 어린이를 대상으로 뇌를 검사했다. 그 결과 영어를 읽을 때와 중국어를 읽을 때 각각 전혀 다른 뇌의 부위가 사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러 언어를 배우면 뇌의 여러 부분이 동시에 발달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새 학기가 되어 미 전국의 주말 한국어 학교들이 개강을 했다. 모처럼 쉬는 주말에 일찍 일어나 한국어 학교에 가는 일은 아이도 부모도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귀찮음을 참는 것은 잠깐이고, 한국어 교육의 덕을 보는 일은 평생이 다. 우리 자녀들이 대저택의 여러 방을 드나들며 풍요롭 게 살도록 부모가 길을 닦아주어야 하겠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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