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는 독일의 중동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농업과 상업의 중심지가 되는 도시다. 한나라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이점도 있는 반면 수난도 많아 1618년, 30년 전쟁과 1813년, 나폴레옹 침입 때 큰 피해를 입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거의 끝날 무렵인 1945년 8월에는 연합군의 집중포격으로 도시의 4분의 1이 파괴돼버린 일도 있었다.
이 라이프치히의 한복판, 동서 유럽과 남북유럽이 교차하는 지점에 니콜라이 교회가 있는데 1165년에 세워진 이 교회가 유명해진 것은 1980년, 평화기도회가 열리면서부터였다.
그때 점차 증강되는 서독의 군비확장에 항의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 5시마다 열렸던 평화의 기도회는 9년 뒤인 1989년 10월 9일, 기도회를 끝마친 2,000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독일통일을 외치면서 마침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기폭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도 평화의 기도회는 계속 열려 전세계의 가난과 파괴되는 환경, 그리고 핵무기로부터 인류를 구해내자는 간절한 기도가 계속되고 있었는데 바로 며칠 전에는 구 동독인들과 극우파 사이에 조그만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래서 새삼 1년 전에 찾아갔던 라이프치히를 추억하며,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생각해 본다.
적어도 지난 초여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은 어느 때보다 높았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때 아니게 한국에서 핵문제가 불거지고 탈북자의 집단입국과 미국의회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는 것을 전후해 한반도는 다시 과거 속으로 냉각되고 말았는데 그런 것들이 우연하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일련의 국제적인 힘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데에 우리의 충격이 크다.
그러나 우리를 더 절망케 하는 일은 그러한 상황변화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국내외 우리민족의 마음이다.
세월은 가고 시대는 바뀌고 있는데 한사코 옛 것을 고집하고 있는 완고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과 일부 종교지도자들마저 냉전논리에 말려들어 갈등을 부추기는 사람들과 같은 대열에 서버렸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통일은 천천히 올수록 좋고 우리세대에 오지 않아도 그만이다. 그러나, 전쟁만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도 20여 년 전 라이프치히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땅에서 평화의 기도회를 열 수는 없는가?
참으로 교회가 말로만 주장하는 평화집단이 아니라 진정 전쟁을 부인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가 될 수는 없는가? 혼탁한 싸움으로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있는 미국을 위해서도 우리는 간절한 기도를 해야 한다.
김용현
한미평화협회 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