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즈음 아주머니들로부터 “짝지어 놓으면 좋을 것 같지? 지금이 제일 좋을 때인 줄만 알아”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아들이 취직해서 생활비 내놓으며 공부하는 동생 용돈 뒷바라지하는 우애 좋음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다. 한편 우리 아이들도 배우자 만나 결혼해 살다 가족애가 깨지거나 서로 소원해지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되기도 한다.
내 나이 이제 50대 중반이 되고 보니 연세 드신 분들의 일상생활이 남의 일이 아니요, 보고 듣고 느껴지는 노후의 외로움과 죽음에 가슴이 저려 오기도 한다.
예쁜 개를 데리고 항상 깔끔한 린넨 옷을 즐겨 입어 부잣집 마나님이라 생각했던 한 영국 노부인이 너무도 외롭게 살다 가셨다는 소식. 그리고 6년간 어머니의 숨결을 느끼며 김치를 담가 드렸던 한 아주머니의 사망 소식을 딸이 아닌 이웃집 여인을 통해 알았을 때의 가슴 아픔과 허전함.
깔끔하고 자존심이 강한 분일수록 외롭다 아니 하심을 나는 알고 있다. 지나친 자식 사랑에 자식에게 행여 짐이 되고 누가 될까 기대도 안 하고 이해를 하지만 속으로는 외로움과 섭섭함을 꾹꾹 누르며 체념을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는 하지만 어디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손자 손녀들과의 만남만 하겠는가.
자손들에게는 여기저기 아프다 아니하나 친구가 되어 드리는 내게는 아픈 곳도 보여 주고, 그래서 내가 만져 드리면 어린아이처럼 어리광도 부리고 냉장고를 열어보며 반찬을 챙겨 드리면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뻐하신다.
여고 시절 하교 길에 친구들과 덕수궁 돌담 밑의 은행잎을 밟는 것만으로도 가을의 느낌이 좋았는데 이제는 낙엽이 드는 시기가 온 것만으로도 스산하게 느껴지니 연세 더 드신 분들은 얼마나 가슴이 휑하고 등과 무릎이 시릴까. 외쳐 불러 보아도 대답 없고 돌아오실 부모님이 아니 계시니 시간을 나누어 다른 몇 분의 어른들에게라도 등 따뜻하고 무릎 시리지 않은 가을을 맞게 해드리고 싶다.
박용하/웨스트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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