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지났다. 그 추석을 맞이하고 보내는 우리 1세들과 2세, 3세의 정서가 사뭇 다르기에 마음이 어둡다.
그들은 농경사회에서 자라나지 않았기 때문에 추수에 대한 감사가 없고 조
상 앞에 무릎은 꿇었다해도 마음속에 경건함이 없고 존경심과 감사가 없다.
땀흘려 일군 논밭에서 손수 거둬 들인 햇곡으로 정성 들여 지은 음식으로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풍성하게 먹고 마시며 즐기던 그런 정경을 상상해 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하는 말의 참뜻을 우리는 되새긴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라난 2세, 3세들이야 어찌 추석의 참뜻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겠는가. 설명하고 이해시켜도 추수한 곡식 한알 한알에 맺힌 농부의 땀방울, 그 진가를 어찌 알겠는가. 마켓에 가면 지천으로 쌓여있는 과일과 곡식을 필요한 만큼 카트에 담고 계산대 앞을 지나가면 얻는 것으로 알고 살아가는 그들이다.
지난 추석날 우리 가족은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 가족은 우리 부부를 중심으로 2세들이 장성하여 결혼해 3세들이 자라가고 있다.
함께 모이면 왁자지껄 즐거운 대화가 끊일 줄 모른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하나 있다. 가족이 한데 모이면 응당 ‘형님, 누나, 언니, 삼촌’이 있어야 할텐데 그 호칭은 간데 없고 이름만 난무할 뿐이다. 부르라고 지어준 이름 불러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래도 가족이 한데 모이면 ‘삼촌, 이모, 고모’ 하고 명칭을 불러 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누누이 지적하며 설명하여도 돌아서면 그만이다. 오히려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는다.
호칭이 중요한 것은 한 가문의 혈연관계에서 서열의 맥이 이어지는 고리를 되새기고 다지는데 있다. 그리고 그 호칭을 부름으로써 자기와의 혈연관계를 확인할 수 있고 또한 친근감과 결속감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후손들이 이곳에 뿌리박고 살아가면 어느 날 삼촌이 되고 고모가 되고 이모가 되고 사촌이 생기고 오촌 육촌이 금새 형성되며 갈 것이다. 그러면 서로가 서로의 혈연관계를 이해하고 또한 결속을 다져가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들에게 고유한 가족 혈연 관계를 설명하고 이해시켜 전수해야 될것으로 본다. 이것이 가장 기초적인 우리 가족 문화 전수라는 것을 이번 추석에 절실히 느꼈다. 호칭 좀 부르게 하자. 그래야만 그들에게도 조상에 대한 존경심과 후손에 대한 자부심이 자라게 될 것이고 가풍이라는 전통이 이어져 자리 잡을 것이다.
제봉주/ 아케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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