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에는 2만개의 핵무기가 있다. 한 때는 6만5,000개였다. 일본에 원폭투하 이래 59년 동안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러나 핵 확산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다. 차기 대통령에 누가 뽑히든지 이라크 전쟁이나 테러 전쟁보다 핵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될 것이다.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만 보아도 그렇다.
현재 핵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영국, 프랑스 등 8개국이다. 핵 보유국 확산을 산술적으로 볼 때는 그리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북한과 같은 나라의 핵 보유가 문제다. 계산 착오나 선제공격, 무기 도난, 핵 기술 판매, 테러 무기화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억지장치 덕이다. 우선 한쪽이 사용하면 다른 쪽도 응사하기 때문에 공멸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미국과 구 소련이 양축을 이룬 냉전체제는 그렇게 해서 핵전쟁을 방지했다. 모스크바와 워싱턴간에 설치된 핫라인은 상대방의 실수나 계산착오로 핵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는 데 기여했다.
둘째, 1968년 제정된 핵확산금지조약이 그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이 체결한 이 조약은 핵 기술을 다른 나라에 넘기지 않는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170여개 국이 여기에 서명했다. 북한과 이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쿠바 등은 서명하지 않았다. 만일 북한과 이란이 핵을 갖게 되면 이 조약은 갈기갈기 찢기고 만다. 핵 억지력을 발휘해온 상호파괴 인식도 흐릿해 질 것이다.
일본과 한국도 핵무기를 가지려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터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도 뒤를 이을 것이다. 예측불허의 핵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실이다. 문제는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북한 핵 시설을 공격하는 것도 효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재래식으로 군사행동을 감행한다면 북한이 남한을 치고 내려올 것이다.
이란의 핵 개발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외교노력을 펴고 있다. 이 점에서는 부시보다 케리가 향후 외교 절충작업을 순조롭게 할 지도자로 보인다. 차기 대통령은 판도라 상자 속에 숨겨져 있는 핵 이슈를 꺼내 풀어야 한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눈앞에 없다는 점이다. 일단은 북한과 이란에 핵무기 보유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확신시키는 게 첫 과제가 될 것이다.
로버트 새뮤얼슨/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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