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에 취업박람회가 열린다는 기사를 보았다. 2년 전 당시 대학을 막 마친 아들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데리고 갔던 행사로 장소도 같다. 참가 업체들 중 관공서도 많고, 대기업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졸업 후 진로에 불안하던 아이들을 데리고 행사장을 들면서 한껏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참가 업체들이 취업자들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후가 되자 많은 곳이 철수했고, 남아있는 곳도 자기네들끼리 잡담만 할뿐이었다. 한 곳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네 회사에서는 지금 사람이 필요하지 않지만 이런 행사가 회사의 예산 목록에 있기 때문에 담당 부서의 권유로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먼길을 갔는데 설마 하고 준비해 간 이력서도 제출하고, 그 자리에서도 여러 장 작성했었다.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며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행사를 주최하는 상원의원 측에서도, 이런 행사를 자꾸 벌여 뭔가 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그것으로 기업들에게 기부금을 더 많이 타낼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열리는 허울 좋은 행사들은 구직자를 조롱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직장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혹시나 하고 취업의 문을 두드려보는 심리를 이용하는 껍데기 행사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주최측은 참가자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실속 있는 행사를 진행하길 바란다.
장수란/가든그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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