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41 인치 X 29인치 , 모노타잎
최정
지난 주, 오픈 스튜디오가 있었습니다. 화가들이 자신의 작업장을 깔끔하게 꾸며 자신의 작품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보여드리는 날이지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월 한달간, 매 주마다 지역별로 오픈 스튜디오가 있었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제가 있는 헌터스포인트는 네 번째 주말에 오픈 스튜디오가 있었지요. 제가 이 행사에 참여한 게 어느 새 십 년이 넘어갑니다. 해군 기지였다가 누군가가 왕창 임대를 해 화가들에게 조각조각 임대해 모이기 시작한 게 어느덧 이십 여 년이 훌떡 지났습니다. 도시재개발의 계획에 들어 언제 어떻게 없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여전히 화가들이 많이 모여 있는 동네의 면모로는 미국에서도 손꼽아지는 화가들의 큰 동네라고 합니다.
저의 집에서는 꼭 44마일, 많은 이들이 내가 산호세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통근한다는 걸 대단한 일인 듯 놀라줍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열정에는 결코 미치지 못하기에 늘 무안한 심정입니다만, 샌프란시스코의 남단에서 북쪽의 주택가까지 가려면 그 진한 트래픽 때문에 내가 산호세에서 가는 거나 대충 엇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듣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하긴 그림이 그리고 싶어 한 시간을 드라이브 한다고 해서 기실 그게 무슨 그리 큰일이라고요. 암튼..
지난 주엔 오픈 스튜디오의 날이었습니다. 주변머리 없는 내가 친구나 지인을 초대해 오픈 스튜디오를 했더라면 기껏 열 댓 명에 불과 할 손님들이 헌터스포인트의 이름으로 오픈 스튜디오에 참가할 때면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저벅, 저벅, 하루 온 종일 찾아 듭니다.
올해는, 그러나 내게 힘든 한해였습니다. 목 디스크 수술을 하자마자 손목 수술도 하고, 그게 생각같이 급히 나아 주질 않아 애면 글면, 속을 태우고.. 그러다 시간이 닥쳐 피할 수 없이 하게 된 오픈 스튜디오였습니다.
어느 피아니스트가, 연습을 하루 빠지면 자신이 알고 이틀을 빠지면 주위의 사람들이 알고 사흘을 빠지면 청중이 안다는 이야기가 새삼 따갑게 다가왔습니다. 그림이란, 아니, 어느 분야의 예술이던, 예술이란, 자신의 혼의 몰입이 아니면 답할 수 없는 것이 예술이겠지요. 앞으로 또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오픈스튜디오와 전시회가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런 중에 얼마만큼이 나의 최선을 다한 보여짐 일 수 있을 지.. 아픈 맘으로 돌아봅니다.
세기전의 반고호라는 화가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림을 어쩔 수 없이 계속해 그리며 얼마나 아프고 따가운 삼정이었을 지 아픈 맘으로 그를 기억하며 이름도 모를 어느, 작은 화가가 그로 인해 힘을 받는 것을, 행여 그가 알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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