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 꿈은, 빵집 주인이었다.
그 꿈은 바로 케이크에서 비롯되었는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 혹은 뭔가 축하해 줄 좋은 일이 있는 날 가족들과 함께 케이크를 가운데 놓고, 빙 둘러앉아서 촛불을 불고, 달콤한 케이크를 먹으면서, 바로 이런 게 행복이라고, 어린 나이에도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빵집에 가서 케이크를 사서 들고 올 때마다 그 제과점에서 ‘행복’을 사 들고, 집으로 오는 거라고 나는 굳게 믿었고, 웃으면서 “어머, 오늘은 참 좋으시겠네요…”하면서, 케이크 상자를 건네주는 아줌마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다른 사람들한테 밖에 진열된 예쁜 케이크를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행복을 팔 수 있는 작은 빵집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어릴 적 식탐이 많았던 나는 떡도 좋아했다. 물론 떡도 기쁜 날, 축하할 일이 있는 날 먹기는 하지만 엄마 따라 가보았던 떡 방앗간에서 큰 기계를 힘겹게 돌리며 떡을 만들어 파는 방앗간 주인보다는 어린 마음에도 고소한 과자와 빵 내음이 가득한 빵집 주인이 더 근사해 보였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중서부에서 2년간 산 적이 있었다. 오랜만에 LA에 놀러갔을 때 한인타운 샤핑몰 안에 있는 빵집에서 고로케와 찹쌀 꽈배기를 먹으면서 “그래, 바로 이거였어. 고향의 맛…” 하면서 목이 메였던 기억이 난다.
미국 다른 주에는 드문 한국 빵집이 다행히 샌호제에는 서너개 있어서 예전 한국에서 먹던 빵 맛을 볼 수가 있다. 한국에 살 때, 장마오던 여름날 집에서 가족들과 부침개를 부쳐먹던 나는 이곳에서 왠지 기분이 쓸쓸해지고 울적해지는 날이면 집에서 아이들이랑 케이크를 만든다.
가게에 가면 금방 만들 수 있게 나온 가루도 많고, 또 간단한 카스테라를 만들어 빵 사이에 크림과 과일을 섞어서 발라주고 케이크를 아이들에게 장식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너무나 행복해하고 즐거워한다.
그리고 오븐에 빵을 굽는 동안 집안 가득 퍼지는 빵 굽는 내음은 이 세상에서 내 집만큼 평화롭고 안락한 곳은 없다는 생각에 나를 빠지게 한다.
어린 시절, 작은 빵집에서 그 가게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팔고 싶었던 나는, 나이 들어가면서 비슷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 꿈은, 손에 받아들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갓 구워낸 빵처럼 신선한 마음의 빵을 사람들에게 만들어주고 싶다. 잃어버린 작은 행복과 잊혀진 꿈을 찾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최형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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