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자마자 인기 폭발인 ‘TV-B-Gone’
소음·에너지 낭비 방지
거의 모든 TV에 리모콘 가능
식당이나 세탁장, 병원 대기실, 공합 대합실 같은 공공장소 내지는 공공장소에 가까운 곳에 딱히 보는 사람도 없는데 저 혼자 켜있는 TV들이 상당히 많다. 소음과 에너지 낭비에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 끄려고 해도 끌 방도가 없는 것이 보통인 이 골치거리를 단추 하나 눌러 꺼버릴 수 있는 장치가 나왔다.
‘TV-B-Gone’이란 이름의 14달러99센트짜리 플래스틱 열쇠고리는 거의 모든 종류의 TV를 끌 수 있다. 일종의 리모트 콘트롤인 셈으로 200개쯤 되는 적외선 코드를 방출해서 단 2~3초 안에 거의 모든 종류의 TV를 끄는 것이다.
세상엔 TV 때문에 속을 썩여온 사람이 상당히 많아 지난달 19일 판매가 개시된 이후 이 장치를 개발한 샌프란시스코의 전기 엔지니어 미치 알트만(47)의 전화통에는 불이 나고, 웹사이트 www.tvbgone.com은 새벽 5시5분에 개통된 이후 1,000여개의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정오가 조금 넘어서부터 불통돼 버렸다. 다음 날에도 또 두시간동안 1,000건의 주문이 밀리며 불통됐다.
그뿐인가. AP 통신, 공영라디오방송, BBC, 피플 매거진, CBS 이브닝 뉴스등 언론 보도가 잇달았다. 모두 준비한 보도 자료를 내놓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바로 자기가 찾던 물건이었다”며 전화를 건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그중 한사람인 로버트 월키는 피츠버그대학 화학과의 명예교수. 공항 대합실에 앉아 무언가를 읽거나 밀린 일을 하고 싶어도 왕왕거리는 TV 소리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했다. 앞으로 노령에 병원 대기실에서 시간 보낼 일이 많은데 ‘TV-B-Gone’은 필수품이라는 것이다. “누가 TV를 보고 있더라도 양심에 가책을 받지 않을 것이다. 나도 나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니까. 이 장치의 발명은 그 자체로 공공봉사”라고 월키는 말했다.
알트만은 시카고 지역의 거의 온 종일 TV가 켜져 있는 집에서 자랐다. 1980년 일리노이대학에서 전기공학 학사및 석사 학위를 받고 1986년에 베이 지역으로 와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며 열심히 자원봉사를 하던 그가 ‘TV-B-Gone’을 적극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처음 생각해낸지 10년 후의 일이었는데 1년쯤 걸려 만들어낸 첫 작품은 노란 스마일 마크 모양이었다. 스마일 마크의 눈으로 적외선을 쏘고, 코를 눌러 끄는 것이었는데 그저 자기 혼자 쓰려고 만든 것을 본 친구들이 너무 좋아해서 홍콩의 제조사와 교섭했다.
그가 새로 설립한 회사 ‘콘필드 일렉트로닉스’는 150스퀘어피트 밖에 안되는 그의 작은 아파트에서 50명쯤 되는 가족, 친구들이 그래픽부터 마케팅, 고객 서비스및 법률 자문까지 모든 일을 맡아 처리하고 있는데, 현재 이제까지 받은 주문 5만개에 대형 소매업체가 크리스마스 때까지 준비해달라고 주문한 10만개를 어떻게 납품할 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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