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 연기변신 성공 허영란
탤런트 허영란은 생각보다 훨씬 성숙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아직도 깊게 남아 있는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깜찍한 허간호사 이미지와는 달리 인터뷰에서는 차분한 목소리로 조리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녀는 KBS 2TV 수목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극본 박은령·연출 김평중)에서 시청자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았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오연수가 시청자의 동정과 지지를 받은 반면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커리어우먼 허영란은 비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허영란은 “못된 인물을 맡아 착한 척한다면 연기자가 아니죠”라며 미소를 지었다. ‘두 번째 프러포즈’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며 18일 22회로 종영됐다. 비록 시청자의 원성을 사기는 했지만 연기자로서 자기의 능력을 맘껏 보여준 허영란은 그래서 요즘 마음이 어느 때보다 뿌듯하다.
―시청자 반응에 속앓이를 많이 했을 것 같다.
▲나도 사람인데 왜 속이 상하지 않겠는가. 연정이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 초반에는 “멋지다” “당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중반 민석과 불륜을 벌이면서 게시판에 욕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나 감내하고 있다.
―속이 상할 걸 알면서 왜 연정 역을 맡았는지.
▲처음에는 얄밉게 보이는 거 생각하지 않았다. 전작인 MBC 드라마 ‘앞집여자’에서는 조금 코믹한 이미지였다. ‘두 번째 프러포즈’에서는 비슷한 역이지만 진지하게 가는 역할이었다. KBS 2TV 드라마시티에서 감독과, ‘앞집여자’에서 작가와 작업을 같이한 친분도 작용했다.
―계속해서 시청자에게 밉보이는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어떤 역이든 충실해야 하는 게 연기자 아닌가. 못된 연기를 맡고 있는 사람이 착한 연기를 하면 연기자가 아니다. 캐릭터와 상황에 따라 착해 보일 수도 있고 나쁘게 보일 수도 있다. 이미지 관리하고 싶지 않다. 그런 것 신경 쓰면 한도 끝도 없다. 장기적으로는 내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혹시 성형수술을 생각해본 적은 있는지.
▲성형수술은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 나는 자연미인으로서 나만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 성형수술을 하면 특정한 얼굴 이미지가 주는 정형화된 캐릭터로 굳게 된다.
―연정의 헤어스타일 등 패션에 대한 의견이 많다.
▲감독, 코디네이터와 상의해서 의상을 결정했다. 자신있는 커리어우먼을 부각시키기 위해 가슴이 드러나는 등 일부러 파격적인 의상을 선택해서 좀 걱정했는데 멋있다는 의견이 많다. 헤어스타일은 9년 동안 머리를 봐주는 헤어디자이너가 4∼5번의 시도 끝에 만들었다. 강남에 돈이 있는 아줌마들이 ‘허영란 머리’ 해 달라고 온단다. 외국에서도 왔다고 들었다.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남자 같고 반항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감동을 주면서도 보이시한 느낌이랄까. 밝고 활기차면서도 슬픈, 한마디로 영화 ‘가족’에서 수애가 연기한 역할이다.
―영화나 음반 계획은 없나.
▲영화는 연기를 더 익히고 나중에 하?싶다. 노래나 춤은 못하지 않는다(웃음). 그러나 가수 생각은 없다. 다만 양수경의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 같은 노래를 리메이크해 부르고 싶은 생각은 있다. 뮤지컬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꼭 해보고 싶다.
/스포츠투데이 임종률 airjr@sportstoday.co.kr
/사진=심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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