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이건 아니건 청소년 음란물 ‘무방비’
‘차단 프로그램’깔아도 무용지물
부모에 안들키게 비밀번호 만들기도
학교 땡땡이 하루종일 ‘음란 탐색’
“학교 결석하고 하루 종일 포르노를 본 적도 있어요”
A고교 이모(12년)군. 이군에게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P2P(Peer to Peer)는 음란물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P2P에서‘포르노’또는 야한 동영상의 준말인 ‘야동’이란 단어로 검색을 하면 수백개의 음란물이 쏟아져 나온다.
청소년들이 P2P로 유통되는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학부모들은 ‘사이버 패트롤’ 등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고 ‘내 자식은 음란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P2P는 차단 프로그램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각종 음란물을 퍼뜨린다.
P2P는 ‘친구끼리 파일을 주고받는다’는 의미의 파일 공유 프로그램. 사용자들은 P2P를 다운로드 받은 후 전세계의 프로그램 사용자끼리 각종 파일을 무제한 주고받는다. MP3로 된 음악파일, MPEG로 된 영화 등을 공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P2P는 청소년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모(11년)군은 “우리 반 학생 대부분이 P2P를 사용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일상 깊숙이 들어온 새로운 사이버 문화를 설명했다.
정군은 “영화를 보려고 P2P에 들어갔는데 포르노 등이 함께 검색돼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다”며 “P2P 때문에 친구들이 음란물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밤새 P2P로 음란물을 검색, 다운로드를 시작하고 하교 후 편안하게 집에서 음란물을 즐긴다.
또한 음란물을 보는 청소년들은 부모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비밀번호를 몰래 만들어 놓고 안 보이는 폴더 등을 숨겨 놓는 등의 방법으로 음란물을 컴퓨터에 저장한다. 이군은 “컨트롤과 L키를 누르면 인터넷 검색 히스토리를 지울 수 있다”며 부모에게 발각되지 않고 음란물을 보는 방법을 털어놓았다.
컴퓨터 지식이 부족한 학부모들은 음란물을 보는 자식들에게 속수무책이다. 늘 바쁜 부모들은 “P2P가 뭐냐”고 되물을 정도로 자식들의 생활과 분리돼 있다. 자식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부모들이 사용하는 학업 성적과 무관하게 음란물은 우등생과 비우등생을 불문하고 퍼져 있어 ‘내 자식만은 아니겠지’라고 믿는 부모들의 경각심을 자아내고 있다.
LA고교 카운슬러 지경희 교사는 “나도 P2P가 뭔지 몰랐다”면서도 “학생들이 음란물에 빠지는 것은 그만큼 학생들이 여가시간을 활용할 문화가 한인 사회에 부족한 방증이 아니겠느냐”며 건전한 놀이문화와 자식에 대한 관심이 음란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wala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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