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몇 주간 미국의 주요 언론은 끊임없이 선거 이야기를 실었다. 이 이야기들은 괴롭고 안타까운 것들이다. 왜 그럴까? 존 케리가 졌기 때문이다. 케리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패배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가 주요 언론 및 방송들도 거의 케리를 지지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달랠 겸 이런 이야기들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동쪽의 뉴욕 시민들이나 서쪽의 시애틀 시민들이 훨씬 더 허탈감에 빠져 있다던가, 캐나다나 또는 뉴질랜드 같은 나라로 이민 가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이야기들이다.
만일 부시가 졌어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아마 부시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좀 섭섭하지만 할 수 없다는 정도로 체념하고 말았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이 문제가 생긴 것은 올 ‘대선의 갈림길’이 되어버린 오하이오 주 때문이다.
오하이오 주에는 실업자가 가장 많았는데도 ‘목숨을 잃지 않는 것’(안보)이 ‘몇 끼 굶는 것’(경제)보다 더 낫다는 투의 부시의 선거 수완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아직 출발도 하지 않은 제2기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 거리가 신문 사설이나 독자의 기고문에 실리고 있다. 이를테면 달러 약세로 인해서 미국은 유래 없이 더 큰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될 것이라든가, 금전정치나 소수 독재정치의 형태로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들이다.
더욱이 이라크 전쟁 때문에 부시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독자는 사담 후세인이 제나라 사람들을 많이 죽였지만 조지 부시는 남의 나라에서 사람들을 많이 죽이고 있으니 나중에 통계적으로 누가 더 많은 사람을 죽인 자가 될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 이라크에서는 무고한 사람들이 날마다 죽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천장이 푸른 타일로 아름답게 수놓아진 모스크를 비롯하여 수많은 역사적 건물들이 마구 부서지고 있는데도 유구무언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복음주의자들에게는 ‘사랑?’이란 낱말이 ‘미움’이란 낱말과 동의어로 생각되어지지나 않나 매우 의아스럽다.
그렇지만 이러한 미국 국민들의 생각도 생각이려니와 외국 국민들이 바라보는 미국에 대한 시각이 매우 심각하다. 부시는 이란, 이라크 및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선언한 바 있지만 유럽인들은 이란과 북한과 더불어 미국을 평화를 해치는 둘째가는 위험한 나라(첫째는 이스라엘)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튼 이라크 전쟁 때문에 나라 안팎으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출발하게 될 제2기 부시 행정부의 앞날에 짙은 안개가 서리고 있다. 더구나 강경파들이 부시 행정부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으니 이 짙은 안개가 쉽게 걷힐 지 의문이다.
윤 아브라함/명예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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