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도는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을 당시 유대의 총독이었던 역사적 인물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그 빌라도가 조종사와 모종의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면 빌라도와 조종사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썰렁한 개그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영어로 동일한 발음을 갖고 있다. 우리가 흔히 빌라도 라고 부르는 사람의 영어 발음은 짐작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는 ‘파일럿’이다. 바로 비행기 조종사의 영어발음 ‘파일럿’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러나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철자는 같지 않다는 것이다. 빌라도는 ‘Pilate’고 조종사는 ‘pilot’이다. 그러면 이 서로 다른 철자는 왜 같은 발음을 갖고 있을까? 이렇게 된 이유는 바로 영어라는 언어가 갖고 있는 불합리한 음성학적 구조 때문이다.
한국어의 글자 한글이 소리를 갖고 있는 것에 반해 영어라는 언어의 글자는 소리를 갖고 있지 않다. 이 말은 한글은 글자를 보고 발음할 수 있고 영어는 글자를 보고 발음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한글은 아무리 뜻을 모르는 단어라도 발음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일국한’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단어라도 한글로 쓰여 있는 한 발음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는 어떤 경우 가능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르는 단어는 발음을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골다공증이라는 뜻을 가진 ‘osteoporosis’라는 실제로 존재하는 단어조차도 자신 있게 발음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예를 들어, ‘eairiokrea’라는 단어는 발음조차 없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이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철자를 외우는 외에도 발음을 별도로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는 한국어에 없는 발음기호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한국어의 환경에서 언어 활동을 하는 한국 사람들은 영어단어를 발음함에 글자를 보고 발음하는 실수를 한다. 우리 한국사람들이 영어를 오랫동안 공부하고도 대화에 실패하는 제일 원인은 바로 영어 원어민들의 발음과 나의 발음의 불일치이다.
언어는 약속이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발음으로 대화에 실패하는 것은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이민 1세대는 자신의 영어 발음을 미국인이 못 알아들거나, 그 반대로 미국인의 발음을 못 알아들어 대화에 실패한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다.
영어를 올바르게 발음하고 미국인의 발음을 듣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첫째 영어라는 언어가 갖고 있는 소리를 습득해야 한다. 영어단어는 43개 기본소리의 조합이다. 둘째 영어의 단어 속에는 한국어에 없는 흔히 액센트라고 불리는 강음과 그리고 약음이 있다. 그 외에도 변이라는 것들이 있다.
지난 하계 올림픽이 열렸던 그리스의 수도가 ‘애씬즈’라는 발음을 갖고 있음을 알고 당황한 사람들이 있다. 음성학적 구조의 이해 없는 영어 습득의 비효율성은 바로 시간과 금전적 부담이다.
백향민
영어음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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