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지원 놓고 빈부간 대결양상까지
시애틀이 잘 나가던 시절 물경 1억7천2백만 달러를 들여 건립한 호화판 오페라-발레 극장이 경기침체 영향으로 돈줄이 막힘에 따라 개관한 지 1년반 만에 누구도 거들떠보려 들지 않는 뜨거운 감자 신세로 전락했다.
건물 전면을 유리로 덮어 스페이스 니들 및 키 어리나 실내 경기장에 이은 시애틀센터의 새 명물로 등장한 이 극장은 특히, 납세자들이 운영 및 유지비를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일종의 빈부간 대결 양상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 극장 건설을 위해 거액을 기부한 셀룰라 폰 재벌 크레이그 맥카우의 이름을 따 ‘맥카우 홀’로 명명된 이 격조 높은 극장은 시애틀 오페라단과 퍼시픽 노스웨스트 발레단을 위해 기존 건물을 헐고 재작년 완공, 개관됐다.
시애틀 시민들은 극장 신축경비 3천8백만달러를 1999년 주민투표로 승인했다. 맥카우 등 시애틀 유지들이 7천2백만달러를 보태자 관계자들은 카운티 및 주정부에서도 지원금이 넉넉하게 나올 줄 알고 유유자적했다.
그러나, 9·11사태 이후 시애틀 경기가 얼어붙자 사태는 완전히 달라졌다. 킹 카운티와 주정부 지원금은 예상액(1천7백만달러)의 3분의 1인 550만달러에 불과했다. 시정부는 그동안 전담해온 연간 90만달러의 건축비 융자금 이자를 향후 2년 간은 절반만 내고 그 이후는 두 예술단체가 이자와 원금을 모두 부담하라고 통보했다.
그렉 니클스 시장이 오페라단과 발레단에게 공연 입장료를 올리거나 대관료를 인상해서라도 살림을 꾸려나가라고 다그치자 두 예술단체는 장장 8 페이지의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료를 인상하면 관객이 줄고, 대관료를 인상하면 예술단체의 공연 회수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시애틀의 예술진흥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두 예술단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 사설이 시애틀 타임스에 게재됐고 그 뒤를 이어 “평생 한번 가보기 어려운 오페라-발레 극장을 위해 서민들이 세금을 낼 수는 없다”는 요지의 독자 편지가 신문사에 쇄도했다.
시애틀센터의 버지니아 앤더슨 소장은 발레단의 연례공연인‘호두까기인형’만 어린이들을 포함해 연간 9만명 이상이 관람한다며 “오페라와 발레를 엘리트들의 예술로 몰아세우는 고정관념이 문제”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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