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교회 한인 교인들이 5일 비가 오는 가운데 LA 다운타운 노숙자들에게 샌드위치와 따뜻한 수프를 나눠주고 있다. <신효섭 기자>
이웃 속으로…
훈훈한 연말을 위한 시리즈 <6>
실로암교회 교인들, 일요일마다 다운타운서 500명 섬겨
다우니의 실로암교회 조창훈 목사와 성도들은 18년째 LA다운타운 6가와 타우니 애비뉴에서 노숙자 사역을 벌이고 있다. 매 주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샌드위치를 노숙자들에게 나눠주고 그들과 함께 예배 드린 세월이 벌써 20년 가까운 것이다.
교인들은 이를 위해 매주 토요일이면 장을 보고 다음날 새벽 교회에 모여 샌드위치를 만든다. 한번 식사를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만도 수 백 달러. 소그룹별로 돌아가면서 준비하는데 이제는 익숙해져 500명 먹을 분량인데도 서너 시간이면 된다. 매주 마지막 토요일에는 컵라면도 대접하고 1년에 2∼3회씩 몇 개 교회 연합으로 찬양집회도 갖는다.
지난 5일 오후 2시에도 찬양집회가 비가 오는 가운데 어렵게 진행됐다. 비 때문에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시작됐다. “비가 온다고 기다린 노숙자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실로암교회의 노숙자 사역은 한 명의 작은 헌신에서 비롯됐다. 다운타운 도너츠 가게에서 일하던 교인 한 명이 남는 도넛을 나눠준 것이 계기가 됐다. 도넛을 먹으려는 노숙자들이 많아지자 성경 구절을 암송하게 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몰리자 교회 협조를 요청했고 이후 예배 사역으로 확대됐다. 예배는 영어반과 스페니시반으로 나눠 드려지며 영어반이 350여명, 나머지는 스페니시 반이다. 설교는 인근 흑인 교회 목사님이 주로 맡는다. 흑인들에게 좀더 감동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18년 세월이 흘렀다.
사역이 계속되자 변화되는 사람이 하나둘 나타났다. 찬양사역자가 나왔고 과테말라 고국으로 돌아가 선교사가 된 사람도 생겨났다. 몇몇 노숙자들은 집사로 세워졌고 자원봉사로 사역을 돕는 사람도 나타났다. “처음에는 대부분이 샌드위치 먹으러 왔지만 지금은 예배가 목적인 사람이 더 많아요. 십일조 생활하는 사람도 생겨났고 성경 공부에 참가하는 사람도 있어요.”
실로암교회 신도와 조창훈 목사는 앞으로도 이 사역을 계속할 계획이다. “한번은 노숙자 실태를 조사해봤는데 20명이 UCLA 졸업자였어요. 이들에게 제일 급한 건 버려졌다는 좌절감을 극복하는 겁니다. 우리가 할 일이 바로 그것 아닐까요.”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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