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가게를 운영하다 장사가 안돼 지난달 문을 닫은 이(45)모씨는 맨하탄 브로드웨이 도매상가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만만치 않은 상태다. “매니저급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전화를 걸어봐도 나이를 밝히고 나면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어버린다.“조금 더 찾다가 안되면 쉽지는 않겠지만 부동산 브로커 면허 공부나 해 복덕방이라도 운영할 생각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탁 공장에 김(41)모씨도 다니던 업체가 경영난에 허덕이자 이달 초 사표를 내고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으나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란 속담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김 씨는 이민 온 후 10여년 동안 한 것이라고는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데 살아가는 것이 왜 이렇게 고달픈지 모르겠다. 매일 아침 9시 집을 나와 이리저리 일자리를 찾아다니지만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해 한숨만 나온다며 자식들과 아내 보기에 면목없고 주변사람들
의 눈총이 따갑다며 허탈해 했다.
최근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실직이 심각한 한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년 째 이어지고 있는 장기 불황으로 사상 최악의 구직난이 발생하면서 직장을 잃은 중장년층 한인들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40∼50대 한인실직자 경
우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구직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중장년층 중 여성의 경우는 사정이 더 어렵다. 한인 직업소개소의 한 관계자는“나이든 여성들이 구할 수 있는 마켓 반찬부에서 막일을 하거나 공장에서 청소부로 들어가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게 없다”며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찾기가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같은 한인 중장년층의 구직난은 과거 번창했던 봉제업이 사양화되고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일자리 공급 창고로 역할을 했던 델리, 청과, 잡화, 세탁업 등이 불경기로 침체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인 인구 분포상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장년 층에서 대량 실직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은 한인 경제의 실질적 주체가 불안해지는 것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한인사회의 대책은 고작 단순 노동직을 알선해주는 직업 소개소나 영어 및 컴퓨터 교육 등 단순 직업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뉴욕한인봉사센터의 손신 사무총장은 40∼50대 준고령 실업자들은 특별한 직업 기술이 없어 재취업이 힘들고 취직을 해도 임시 일용직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을 위한 범 한인사회 차원의 장기적인 고용 창출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 사무총장은 또 이를 위해서는 여러 비영리기관들이 앞장서 한인 커뮤니티에 정기적인 직업 박람회를 정착시키는 것과 정부로부터 직업 재활 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지원을 끌어내는 등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노열 기자>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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