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거의 저물어 가니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부모는 이 생각 저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에 가게 되면 며느리 감 사윗감 될만한 젊은이가 없나 눈 여겨 보게된다.
배우자감과 함께 생각하게 되는 것이 혼수 문제다. 사람들은 흔히 “일생에 한번 있는 결혼식에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주어야지”라고들 한다. 그러나 할 수 있는 만큼의 기준이 사람마다 생각과 사는 형편과 기대치에 따라 다르다.
나는 가정형편이 가장 어려울 때 결혼을 했기에 친정에서 내게 해 준 것은 사회에 갓 나온 여동생이 해준 행남자기 커피잔 세트가 유일한 물건이어서 그 찻잔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가난한 집 홀어머니 셋째 딸의 결혼 축의금이 들어와야 얼마나 들어오겠는가? 그러나 그 축의금마저도 그날의 경비를 빼고는 남동생의 대학 등록금으로 쓰여졌다. 남편은 백금반지 하나뿐. 흔히 받는 시계조차 받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친정에서 해 가져간 이불 값도 결혼 후 남편이 갚아 주었다.
다이아반지를 해 준다는 남편에게 나는 바로 현금화하기 쉬운 덩어리 금을 해 달라 하였고 반지는 백금반지로 대신 하였다. 어머니는 남들 다 받는 다이아반지를 못 받는다고 섭섭해 하셨다. 그후 우리는 전셋돈과 금을 팔아 결혼 10개월만에 내 집 장만을 할 수 있었다. 나는 6남매의 셋째 딸이나 큰언니는 아버지께서 살아 계시고 사는 형편이 좋은 때였기에 혼수가 풍성했다.
그러나 인생의 평지 풍파는 혼수를 많이 해 가져가나 적게 해 가져가나 똑같이 겪는다. 주위의 친구들을 보아도 중년이 넘은 지금 혼수를 해 갔든 아니해 갔든 사는 것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토리 키 재기이다.
미국에 와서 사는 이민 1세들, 한국에서는 안 했던 고생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잠 제대로 자지 못하고 휴식 또한 취하지 못하며 아파도 돈 때문에 시간 때문에 병원도 가지 못하고 자식 잘 성장해 주는 것이 큰 재산이라 생각하며 사는 우리의 어머니들이다.
꼭 필요한 것만을 준비하고 살아가며 살면 되었지 혼수가 무엇이 그리 중요한가? 더구나 여기서 교육받은 아이들은 스스로 얼마든지 벌어 결혼할 수 있고 살아가며 장만할 수 있다.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과 능력, 여기에 선한 마음의 소유자로 자식들을 키워 시집 장가 보내는 것이 어떤 값진 혼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박용하/웨스트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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