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SBS의 ‘파리의 연인’이 시청자가 뽑은 올해 최고의 TV 드라마로 선정되었다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발표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무려 17.5%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으며, 2위로는 MBC의 ‘대장금’이 9.2%를 차지하였다.
파리의 연인은 여자들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아니 죽을 때까지, 단 한번도 포기하지 않고 꿈꾸어 온 사랑이야기다. 여자로서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남자를 만나, 그 사람이 전혀 보잘것없는 자신을 아껴주고 보호해 주며 사랑해 줌으로써 결국 그 사람의 여자가 된다는 신데렐라식 사랑이야기다.
대장금은 500년 전 남존여비의 봉건적인 체제하에서 천민의 신분으로 궁에 들어가 요리사가 됐으나 역모에 휘말려 대역죄인의 누명을 쓴 장금은 제주로 유배를 홀로 간다. 관비가 한양에 있는 궁으로 들어갈 오직 유일한 길을 알게 된 장금은 의술을 익혀 의녀가 된 후, 조선조 유일한 임금님의 주치의가 된다. 드라마 대장금은 중종 때 ‘대장금’이라는 칭호까지 받은 역사상 실존 인물로서 여자 의사 장금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드라마화 한 작품이다.
그러면 이 두 드라마가 올 한해 시청자들의 인기를 모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번,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접근하여 보면 어떨까 한다. 파리의 연인을 쓴 극작가에 따르면 “여자들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환상적인 사랑을 갈구한다.
특히, 경기가 호황일수록 남녀 탤런트를 꽃미남이나 팔등신 미녀를 선택하는 대신, 경기가 안 좋을 때에는 그저 평범한 얼굴의 남자 배역이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작품을 쓰기 전에, 남녀 배역을 정하기 전에 드라마의 성공을 위하여 현재의 경기상황을 진단하고 예측한다는 말이다. 또한, 대장금을 만든 연출가는 “국민소득이 1만달러 이상 되면 먹거리를 소재로 한 작품이 된다. 특히 평민인 우리가 감히 접근하기 어려웠던 궁중음식 등이다.”
한 두 컷 찍자고 그 많은 음식을 밤새 만들어야 하고, 막중한 제작비 때문에 누구나 선뜻하기 힘든 소재, 궁중음식. 그런데 이병훈 PD는 현재 국민소득을 정확히 판단한 다음, 소득이 일정수준에 올라서면 추구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그것도 단순 먹거리가 아닌 감히 평민이 늘 궁금해하던 수라상을 가지고 승부수를 던졌다. 대박이 터졌다.
경제 전문가 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충 머리카락은 반쯤 빠져나가 없고, 높은 도수 안경에, 허리 벨트는 반쯤 돌아간 사람들이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보는 드라마 속에 경제와 관련된 사실이 있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즉, 경제문제가 이미 우리 일상생활 속에 깊이 자리 매김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그린스펀도 실물경기를 확인하기 위 하여 가끔 코인 런드리를 방문한다고 한다.
이제 하나의 드라마를 보더라도 주연 배우가 꽃 미남인지 팔등신 미녀인지, 드라마 소재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현재의 경기상황을 진단하고 예측하여 보면 어떨까 한다.
박노형
CHK Global 증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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