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갑자기 늘어난 차들로 우리의 삶이 더욱 조여오는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도 곳곳에서 빚어지는 정체현상은 우리 생활의 리듬을 깨고 여유를 빼앗아 간다. 각박함이 우릴 불안케 한다.
12월이 되면 누구나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긴장감에 낮 시간은 짧고 초조한데 차 속에서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화가 치밀 때도 있다. 프리웨이에서 가다 서다 반복하면 어떤 줄이 잘 빠지는 것 같아 가까스로 옆줄로 바꾸고 또 다른 줄이 약간 앞서면 손짓으로 양해를 구하며 차선을 바꾼다.
웬걸 처음 빠져 나온 차선이 오히려 뚫려서 쉽게 나가면 후회하다가 내 차선이 빨라지면 안도하면서 간다. 처음 운전을 배울 때 운전선생이 당부하던 말이 생각난다. 프리웨이에서의 사고는 거의 80%가 차선 변경을 하다가 일어나니 깜박이 켜고 2초 이상 전후 좌우 살피고 서서히 진입하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깜박이 켜는 것은 고사하고 틈만 보이면 바삐 차선을 바꾸는 곡예를 하기도 한다. 앞에 고물트럭이 답답하게 기어가 차선을 바꾸며 잘 비켜 나왔나 싶었는데 얼마를 가다 보면 그 트럭이 바로 내 옆에 갈 때도 있고 곡예를 하며 내 앞으로 달려간 젊은이의 차가 더러는 옆줄에 막혀 있는 것도 흔히 본다. 사무실에 와 시계를 보면 겨우 10분 정도의 차이인데 그렇게 조급했던 자신이 한심할 때도 있다.
생각해 보니 우리의 삶도 프리웨이에서 차선 바꾸는 노력보다 더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기를 쓰고 달려 왔지만 느리고 답답하게 느꼈던 친구가 어느 날엔 내 옆에 편안한 모습으로 서 있을 때도 있고 매사에 지지 않으려 편법을 동원하고 뒤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던 친구가 언젠가 초라한 모습으로 구석에 밀려 있기도 했다.
아무리 짧은 인생이지만 캘리포니아의 여름 하루도 그렇게 길고 길지 않던가. 조급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너무 서둘다가 낭패한 경우를 수 없이 보아왔다. 사실 12월31일에 뜨는 해나 새해 1월1일에 뜨는 해는 다를 것 없는 같은 해라 생각하면 마지막 달 12월도 그렇게 아쉬울 것도 조급할 것도 없을 것 같다.
강언덕
재미시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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