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비밀을 간직함으로써 시작된다는 어느 목사의 설교가 생각난다. 비밀을 갖게 된다는 것과 그 비밀을 간직하는 법을 아는 것, 그리고 오직 자의에 의해서만 그 비밀을 기꺼이 포기하는 것, 바로 이것이 한 개인의 형성에서 첫 단계를 이루는 행동이다.
비밀은 누구나 갖고 있으며 드러냄으로써 악화될 수가 있다. 50대 중반의 A씨는 10년간 부인 몰래 한 여자와 사귀고 있었다.
가시적으로는 가정생활에 충실하도록 노력했다. 퇴근도 거의 늦은 일이 없으며 외박도 하지 않는 모범적인 가장으로 주위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부인으로부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만점 남편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중생활을 즐겼다. 회사 일로 늦을 때는 그 시간이 좋은 기회로 여겨 애인과 모텔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A씨가 애인과 같이 한적한 곳으로 가던 중 추락사고로 애인은 현장에서 죽고 본인은 중상을 입었다. 철저하게 애인과의 비밀을 지키던 게 들통이 나고 말았다. 불륜관계는 종지부를 찍고 가정은 이혼으로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비밀은 타인을 통해서도 대화 중 말꼬리로, 물리적 돌발사고로, 언젠가는 나타나게 마련이다. 비밀은 드러남으로써 좋은 반응을 가져올 수도 있다. 현재 TV 교양프로의 어떤 사회자는 어린 나이에 친오빠로부터 강간을 당해 치욕적인 수치심으로서 좌절과 절망감 및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기의 과거를 드러내며 비밀을 밝혀 치욕과 모멸감을 대담하게 극복했다. 지금은 존경을 받으며 부와 명성을 한 몸에 지니게 됐다. 생활의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비밀을 덮어줌으로써 관계가 성숙될 수도 있다. 인도의 국부라고 일컬어지는 간디는 12세에 도둑질을 했으며 16세에는 형의 돈을 훔친 뒤 가책을 받고 아버지에게 서면으로 고백을 하였다. 아버지는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리며 그 편지를 찢어버렸다. 간디는 아버지가 비밀을 덮어준 데 자극을 받아 비폭력 운동을 전개하며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성취하는데 크나큰 역할을 했다.
간디는 죽었지만 오늘날까지도 국민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있다. 비밀을 안고 사는 사람은 정말 힘든 생활을 하며 항상 무거운 짐을 지니고 있다. A씨는 10년 동안 비밀을 지키느라고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며 늘 불안과 초조한 생활을 했을 것이다. TV 사회자와 간디는 자기의 비밀을 직접·간접으로 털어놓아 훌륭한 사람이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TV 사회자는 대담성을 보여주어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며, 간디는 자기의 과오 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훌륭한 사람이 됐다.
“허물을 덮어주는 자는 사랑을 구하는 자요, 비밀을 간직하고자 하는 자는 불행을 자초할 것이다” “자기의 죄를 숨기는 자는 형통치 못하나 죄를 자복하고 버리는 자는 불쌍히 여김을 받으리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이재수
한인정신건강
후원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