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실서 무대도 없이…가족에 최고의 성탄선물
피노키오는 살인범이고 제니는 폭행범이며 어릿광대는 상습 자동차 절도범이다.
최근 애버딘 인근 스태포드 교도소에서 공연된 연극 피노키오의 출연진은 모두 배우 아닌 재소자들이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연극의 연자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워싱턴주 역사상 처음으로 교도소 내에서 재소자들에 의해 공연된 이 연극에서 주역인 피노키오 역을 맡은 살인죄 기결수 앨버트 하케즈는 “우리가 연극을 한다면 죄수 주제에 분수도 모르고 꼴값한다며 남들이 비웃을까봐 가장 신경 쓰였다”고 말했다.
하케즈를 비롯한 16명의 출연진은 기성 배우부부인 짐 왓츠와 라레인 왓츠로부터 7개월간 연극 기초이론 및 실기를 배웠다. 약 3개월 전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받은 이들은 밤잠을 설치며 대사를 외우고 우스꽝스런 춤도 익히며 매주 두 차례 함께 모여 연기를 실습하는 한편 낡은 침대 시트로 커튼을 만드는 등 무대장치도 준비했다.
공연 연극으로 피노키오가 결정된 데는 여러 가지 사연이 있다. 우선 스태포드 교도소는 남자 복역수만 수용하므로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연극을 택해야 했다(그래서 요정은 제니로 바뀌었다). 폭력행위가 없는 작품을 찾다보니 웨스턴이나 미스테리는 물론 어린이용 연극 가운데서도 피노키오 외에 마땅한 작품을 고르기가 힘들었다.
범죄를 연상시킬 수 있는 분장도 배제했다. 그래서 피노키오는 가면 대신 두 뺨에 장밋빛 원형 패치를 붙였고 고양이 역도 얼굴에 검은 수염을 그리는 것으로 그쳤다. 유리 컵 대신 종이컵을 사용하는 등 소도구들도‘안전한 것’들로만 챙겼다.
교도소 안에 마땅한 공연장소가 없어 방 가운데 가장 큰 면회실을 쓰기로 했다. 무대가 없으므로 침대 시트로 만든 커튼을 쳐서 칸막이만 했다. 무대의상도 왓츠부부의 연극단체에서 빌어다 윗도리 부분만 겨우 가렸다. 조명이나 음향장치는 전무했다.
그래도‘출연 배우들’은 신이 났다. 동료 재소자들의 야유가 겁났지만 가족들, 특히 자녀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죄수로 그치는 것은 아니며 한번의 실수에 대한 죄값을 치르고 나면 반드시 새 사람이 된다는 의지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이들을 기쁘게 했다.
이윽고 지난 10일 첫 번이자 마지막 공연이 열렸다. 이들의 연기가 신통치 않았는데도 교도관들과 가족 등 관객들은 눈시울을 적시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들이 특히 자녀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줬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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