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조 <투자상담가·연대 음대 졸업>
기교 넘어선 완벽·완숙의 경지
지금까지 장한나씨의 연주를 직접 들을 기회는 없었다. 한국일보 후원으로 20일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장씨의 독주회가 열릴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표를 구했다.
장씨는 이날 작곡가 세 명의 곡을 연주했다. 오픈 곡인 리게티의 소나타는 빠르고 난해한 현대곡인데 장씨는 이 곡을 완벽하게 소화, 천부적인 자질을 엿보게 했다.
두 번째로 바흐의 조곡(Suite) C 장조 BWV 1009를 연주했는데 중간에 약간 애매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바흐의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살린 꾸밈없는 깨끗한 연주였다.
장씨는 마지막으로 20세기 작곡가 브리튼의 조곡(Suite) No.1을 선사했다. 20대 초반의 장씨가 연주하기에 무리일 것이라는 나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그는 연주를 통해 현대곡도 탁월하게 해석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 현대곡은 다이내믹한 리듬, 다양한 사운드, 실험적인 형식 등이 특징이다. 장씨는 브리튼의 곡을 감칠 맛나게 연주,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 시간과 공간을 철저히 차단함으로써 대가의 경지를 느끼게 했다.
연주회 하루 전날 FM 91.5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던 중 오후 7시30분∼11시30분 대담형식으로 장씨의 음악세계와 연주를 듣는 행운을 가졌다. 하이든의 콘체르토에서 프로코피에프 콘체르토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협주곡들과 주옥같은 소품들을 들으며 나는 그의 음악세계에 빠져들었다. 모든 스타일의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할 뿐 아니라 그만의 스타일로 승화해 신선하게 연주하는 그를 나는 갑자기 사랑하게 되었다.
이틀에 걸쳐 장씨의 연주를 들은 느낌을 요약하면 연주를 듣는 동안 그가 기교면에서 뛰어나다는 느낌은 전혀 감지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장씨는 진정한 연주가의 자세로 음악에 몰두, 연주함으로써 오히려 청중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할 여유와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연주에는 깊은 정신세계와, 맑은 영혼의 순수함, 무슨 곡이든지 연주할 수 있다는 강한 열정을 겸허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분명히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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