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첫 소설 ‘모국어’를 발간하여 헤밍웨이 문학상등 미 문단의 유수한 상을 휩쓴 작가 이창래의 세번째 장편소설 ‘Aloft’를 번역한 것이다. 이 책 역시 타임지 선정 ‘2005년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 중의 하나로 뽑혔다.
롱아일랜드 부촌에 거주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제리 배틀 일가를 다룬 가족소설이다. 59세의 조기 은퇴한 제리 배틀, 30대 아들인 잭 부부, 20대 후반의 딸 테레사와 그녀의 약혼자, 주인공 제리의 여자친구, 제리의 아버지 행크의 삶을 묘사함으로써 현대 미국인 각각의 세대가 겪는 존재의 문제를 예리하고 정확하고 묘사했다.
이 소설은 미국인 중산층의 화려함, 완벽한 모습이 얼마나 피상적인지를 드러낸다. 가족으로서의 의무에 태만하지는 않았지만 그 의무를 넘어서 뭔가를 하는데는 소홀했던 현대의 가정들이 겪는 갈등과 문제점을 과장하지 않고 섬세하게 그려내는 저자의 능력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제리 베틀의 인생이 겉돌기 시작한 것은 그의 한국계 아내 데이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버지 행크의 충고로 아내를 길들인다는 모호한 명분으로 그는 아내를 냉담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아내 데이지에게 조울증의 증상이 있었지만 제리는 무시했고 결국 데이지는 어린 아들 잭과 딸 테레사를 남겨둔 채 뒷마당 수영장에서 익사한다.
젊은 날 제리는 사업 부진과 그로 인한 금전적인 어려움을 헤쳐 나가느라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결과 치명상을 입은 사람은 끔찍이 사랑했던 아내 데이지와 아이들과 결국 자신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한다. 그 뒤 제리 가족의 삶은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한다.
“예언자들이 우리가 세상 전체에, 혹은 한 사람에게 정의와 기쁨을 안겨줄 만큼 은총을 타고났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우리의 그러한 능력은 순수하고 잠재적인 것으로, 그저 순수한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모든 페이지가 매혹적인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우리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아름다운 은총을 잠재적인 가능성의 영역에만 버려둘 수 없음을 깊이 깨닫는다.
가 족 / 이창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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