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 속에서 끌어올린 그물에서 바닷조개를 골라내고 있는 어부들.
‘노던 에지.’ 지난해 겨울 바닷조개를 잡으려 매사추세츠 낸터킷 연해에서 조업하던 상선이다. 크리스마스 5일 전이다. 10피트 높이의 거대한 파도가 밀어닥쳤다. 75피트 길이의 노던 에지호는 욕탕에 둥둥 떠 있는 고무 오리처럼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배에 타고 있던 선원 6명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바닷조개를 신속하게 잡아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이 생겼다. 바닷조개를 긁어모아 끌어올리는 준설기가 해저에 걸렸는지 꼼짝하지 않았다. 끌어 올리려하면 할수록 줄은 더욱 팽팽해졌고 배는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물이 스며들더니 어느새 갑판은 물론 엔진룸과 선원실까지 물바다가 됐다.
바닷조개·게 잡다 전복, 침몰 다반사… 1주에 1명 꼴 사망
정부의 어획 규제가 무리한 조업 야기, ‘벌목’ 다음으로 위험
안전강화안 지난주 연방의회 상정, 효과 싸고 찬반공방 뜨거워
살만 모아 냉동실로 옮겨 뭍으로 갈 때까지 싱싱하게 보관한다.
물을 퍼낼 수도 없고 구명조끼를 찾을 수도 없어 구명 보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구명보트에 바람을 넣기도 전에 그만 바다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갑판원 페드로 퍼타도가 물로 뛰어들어 구명보트의 공기주입 버튼을 눌렀다. 구명보트는 작동했다. 퍼타도는 동료들에게 뛰어내리라고 외쳤다. 그러자 한 선원이 물로 첨벙 뛰어내렸다. 나머지 4명은 약 10분 뒤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 최근호가 전한 어부들의 비참한 최후다.
어부가 칼로 바닷조개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있다.
퍼다도는 홀로 구명보트에 의지하다 다행히 다른 상선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지난 5개월간 같이 지내던 동료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데 대해 퍼타도는 이 사고는 1991년 안드레아 게일과 6명의 선원을 삼켜 영화로도 유명해진 ‘퍼펙트 스톰’ 사고 이후 최악의 비극이다. 어선이 조업 중 사고를 당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2003년 자료에 따르면 어부 10만 명당 115명이 사망한다. 나무 자르는 일꾼의 131.6명 다음으로 위험한 직업이다. 1주일에 1명 꼴로 숨진다. 부상자는 더욱 많다.
어업은 안전 사각지대다. 안전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업계의 반대에 맞서 1988년 연방의회가 안전규정을 법제화했다. 이 상선안전법에 따르면 상선은 구명보트, 구명조끼, 비상신호기를 구비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은 미흡하다. 선장이 면허를 따야하고 안전시험에 통과하도록 하는 내용은 빠졌다.
시험은 자발적으로 치른다. 때문에 선장가운데 6%만이 이를 따르고 있다. 이 규정이 강제성을 띠어야만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해안경비대의 지적이다. 매년 60명이 익사하고 상선 140척이 침몰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안이 지난주 의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의회통과는 녹록치 않다. 정부가 상선의 활동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자꾸 간섭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 의견이 많다. 어부들도 반발하고 있다. 장사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이유다. 정부가 어획량을 제한하고 있어 돈벌이가 힘든데 또 규정을 강화하면 먹고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어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어획량을 제한하니 어부들은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계속 조업을 해야 수지를 맞춘다고 반박한다. 당연히 안전 위험이 고조된다. 이번에 침몰된 노던 에지호 사고도 어획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게 비극의 원인이다. 법규에 따르면 주어진 기간에 목표를 달성하기 못할 경우 다음달에 한번 더 배를 띄울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넉넉지 않아 어부들이 위험을 무릎 쓰고 작업을 한다. 여론이 압력으로 이 위험한 규정은 이번 사건 이후 폐기됐다.
지난 1월에 알래스카 베링해에서 거친 풍랑을 헤치며 게를 잡으러 나갔다 침몰된 빅 밸리호 사고도 비슷한 맥락이다. 선장과 선원 등 5명이 모두 사망했다. 1990년대 초에는 보통 5개월의 일정으로 어획에 나섰다. 그런데 사고 당시에는 5일밖에 시간이 없었다. 선원들은 불철주야 그물을 치고 끌어올려야 했다.
해안경비대는 빅 밸리호에 개당 600파운드 무게의 통 31개만 허가했다. 그러나 빅 밸리호 선장 게리 에드워즈는 통 55개를 갖고 떠났었다. 여기에 게를 가뜩 담아 돌아올 심산이었다. 미끼만도 규정 치의 3배인 1만8,000파운드였다.
빅 밸리호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배에 너무 무거웠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러나 다른 어부는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만일 빅 밸리호와 더불어 또 다른 배가 같이 동행하도록 했으면 참극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의회에서 입법관련 논쟁이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어부들은 신물이 난다고 했다. 자신들의 삶에 정부가 자꾸 간섭하길 원치 않았다. 그저 어부들이 택한 삶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는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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