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문화권의 전설 속에는 머리가 둘 달린 새 이야기가 있다. 몸통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이면, 생각이 둘, 마음이 둘, 고집이 둘. 그래서 미움과 다툼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전설속 새의 두 머리 중 하나인 A가 어느날 실수로 독초를 먹었다. 풀 속에 든 독성 때문에 배가 아파서 여간 고생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복통으로 괴로움을 겪으면서 A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자신 뿐 아니라 옆에 있는 B도 똑같이 아파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저 풀을 또 먹으면 이 녀석은 또 아프겠지?”
A는 B를 괴롭힐 수 있는 비법을 발견한 것이 기뻤다. 그래서 독이 든 풀을 계속 먹었고 복통으로 시달리던 B는 독이 치사량을 넘어 결국 죽고 말았다. 한 몸을 공유한 A도 물론 같이 죽었다.
런던에서 테러가 난지 1주일이 지났다. 출근 길 죄 없는 시민들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린 폭탄 테러가 파키스탄계 이민자들에 의한 자살 테러라는 보도를 보면서 머리 둘 달린 새 이야기가 떠올랐다.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네 청년은 모두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학교에서 교육받으며 자란 이민 2세·3세들이었다고 한다. 이웃이나 친지들은 그들을 그저 ‘부드러운 성격’이거나 ‘착실한’ 청년들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평범한 청년들이 어떤 경로로, 남들 죽는 것에 희열을 느낀 나머지 나 죽는 것을 상관 않는 인간폭탄들로 변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 증오라는 ‘독초’를 치사량으로 주입시킨 주체가 있었고 그 주체는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으로 짐작이 된다.
가깝게 잡아 2001년의 9.11 테러를 시작으로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얼마 전 스페인 테러, 이번의 런던 테러… 보복이 보복을 부르고, 복수가 복수로 앙갚음되는 피의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있다. 런던 테러가 앞으로 어떤 보복을 불러오고, 다시 또 어떤 보복으로 이어질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이들 전쟁·테러의 양 진영이 서구 기독교권과 중동 이슬람권으로 대별되면서 ‘문명의 충돌’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절연체처럼 이해의 흐름을 차단시키는 이질 문명이 갈등을 심화시키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두 문명권의 세력이 비등하다면 대립 양상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근본을 짚어보면 결국은 가진 집단과 못 가진 집단의 갈등 이다.
18세기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땅을 더 차지하겠다고 공격해 오는 백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 추장은 이런 탄식을 했다.
“문명인들은 삶의 목표를 오로지 더 많이 소유하는 것에 두고 있다. 그들은 온 세상은 저 혼자 차지하려고 한다”
오랜 세월 세계의 비주류로 전락한 이스람권의 정서도 그와 비슷할 것이다. 가진 집단의 오만과 탐욕, 못 가진 집단의 뼈 속 깊은 분노와 적개심이 지구를 언제 터질지 모를 지뢰밭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남미의 우림 지대에는 사람을 단번에 50명이나 죽일만한 맹독성 개구리가 있다고 한다. 이 독개구리가 한번 물면 살아남을 동물이 없다. 그런데 이들 독개구리가 저희끼리 싸울 때는 절대로 물지를 않는다고 한다. 번식기가 되면 개구리들은 자기 영역을 정해놓고 암컷을 부르는데 이때 경쟁자가 나타나면 서로 머리를 들이대며 밀치기 싸움을 할뿐이다.
방울뱀도 비슷하다. 다른 동물에 대항할 때는 독니로 공격하지만 자기들끼리는 결코 독니를 사용해 싸우지 않는다.
같은 종끼리 싸울 때는 서로에게 치명적 독을 사용하지 않는 것, 그래서 자멸하는 피하는 것이 자연의 원칙이고 종족보존의 지혜 이다.
21세기 인류는 기독교 문화권과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두 머리의 새라고 할 수 있다. 너에 대한 미움 때문에 독초를 삼키며 너와 내가 같이 죽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하겠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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