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한국대사관은 22일 홍석현 대사가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중앙일보의 사주로서 여야 후보를 가리지 않고 선거자금을 전달하고 특히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위해 현금 배달부 역할까지 했다는 내용의 전 국가안전기획부 도청 기록이 MBC를 통해 상세히 폭로되자 충격속에 말을 잃었다.
직원들은 아침부터 일손이 잡히지 않는 듯 iMBC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보도 내용을 유심히 읽어 내려가며 이번 사태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홍 대사의 거취에 관심을 나타냈다.
전날까지만 해도 “홍 대사 부임 후 이제 대사관이 본격적으로 잘 움직이는데 무슨 날벼락이냐”며 도청 기록의 파장을 애써 부인하려 했던 직원들은 홍 대사가 과거 언론사 사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정황이 드러나자 반신반의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보도 내용을 인터넷으로 보고 솔직히 좀 놀랐다. 과연 모두 사실이겠느냐”며 반문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제, 독재 시대를 거친 한국 사회에서 지도적인 인사들 가운데 지금 시점에서 볼 때 부적절하게 처신해온 사람이 어디 홍 대사 한사람뿐이겠느냐”는 등 홍 대사를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직원은 “옛 안기부가 갖고 있는 수천개의 도청 테이프를 다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홍 대사만 문제삼느냐”며 볼멘 목소리로 불만을 표했다.
또 “북핵 문제 등 한미간 현안이 산적한 때에 대통령이 임명한 주미대사를 (언론이) 흔드는 배경이 뭐냐”는 등 보도 배경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일부 대사관 관계자들은 “홍 대사가 보통 장관이 아닌 상대 국가가 있는 대사의 신분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특히 북핵 문제도 걸려 있어 설사 도청 기록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홍 대사 스스로 거취를 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홍 대사는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9시30분께 출근, 위성락 정무공사로부터 오는 26일로 예정된 6자 회담 관련 내용을 보고받는 등 정상 업무를 계속했다.
===“가까운 시일내 입장 밝힐터”
홍석현 주미대사는 21일 옛 안기부 도청 기록 사건과 관련, “가까운 시일내 적절한 방법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홍 대사는 이날 “(도청 기록과 관련) 가까운 시일내 적절한 방법으로 설명할 기회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오수동 주미 대사관 홍보공사가 전했다.
오 공사는 그러나 홍 대사의 거취 문제와 관련,”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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