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불과 맞서 싸우는 주방사람들
덥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입은 시원한 물만 찾고, 손은 선풍기를 더 가까이 잡아당긴다. 몸은 차가운 냉면이나 빙수를 찾는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무더운 여름에 불과 맞서는 사람도 우리 주위에는 있다. 찬 냉면은 손님 테이블에 나오기 전 뜨거운 물에 삶긴다. 그 뒤에는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뜨거움과 싸우는 주방장들이 있어 우리는 시원함을 즐길 수 있다.
돌솥밥 하고…
‘큰가마 설렁탕’의 주방 직원이 솥밥을 짓고 있다. <김호성 기자>
26일 오후 1시 ‘큰가마 설렁탕’ 주방. 찬 에어컨 바람이 쌩쌩 부는 홀과 벽 하나로 분리된 이 곳은 110도가 넘는 ‘한증막’이다. 설렁탕, 삼계탕, 솥밥이 놓여있는 화로 옆을 지나면 온 몸이 불덩어리로 변하는 것만 같다.
“더위를 어떻게 피하냐”는 질문에 에릭 하 주방장은 “천국을 맛보면 지옥에 다시는 못 가는 것처럼 찬 바람 쐬면 이곳에 들어오고 싶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참는다”고 말한다.
이 곳에서 일한 2년을 포함해 10년 넘게 주방을 지켜왔다는 하 주방장은 “땀이 음식에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땀도 속으로 흘리는 심정으로 일한다”며 “밖이라고 안 더운 것도 아닌데 편한 마음으로 지낸다”고 말했다.
중국요리 볶고…
‘철가방 짜장’의 브라이언 오 주방장이 불길을 헤치며 중국 요리를 만들고 있다. <신효섭 기자>
철가방 짜장’의 주방. 배달 요리 주문을 처리하느라 주방 식구 네 명이 기름과 프라이팬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불기둥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탕수육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기름 온도가 섭씨 350~400도이니 전체 실내 온도는 찜질방 저리 가라고 할 정도다. 브라이언 오 주방장은 탕수육을 튀기는 5~10분 동안 연신 얼음주머니를 등에 집어넣는다.
오 주방장은 “짬봉을 만들 때가 뜨거운 온도에 야채를 빨리 볶아내야 해 가장 덥다”며 “더운 날씨에 짬봉 시키시는 분들이 얄미울 때도 있지만 손님이 주문하신 거니 정성껏 만들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생선 굽고…
‘청해진’의 한성철 매니저가 석쇠에 조기를 굽고 있다. <신효섭 기자>
사정이 이러다 보니 뜨거운 불과 맞서야 하는 요리사는 사람을 구하기도 힘들다. 생선구이 전문점 ‘청해진’은 한성철 매니저가 직접 집게를 들고 불 앞에서 생선을 뒤집고 있다. 한 매니저는 “하루에 50~100마리를 구워야 하는 데 더운 여름날 불 앞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그냥 날이 빨리 시원해지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고기 구이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고. 2~3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양의 숯불에 불을 붙인 뒤 손님이 주문할 때마다 송풍기 바람을 숯불에 보냈었다. 불꽃이 가끔 살에 날아들어 화상도 입었지만 최근에는 숯을 식탁에 올리면 바로 불이 붙어 편해졌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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