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공포가 자본시장의 동인
월스트릿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들의 탐욕과 공포(greed and fear)라고 한다. 탐욕은 필요한 것 보다 더 많은 돈이나 소유물, 또는 신체적 안락함을 가지려는 욕구이고, 공포는 위험의 지각- 그것이 실재하든 않든-으로부터 생기는 불편한 느낌이다. 전자는 투자자들을 달려가게 만들고, 후자는 그들을 돌아보게 하여, 거대한 자본시장이 궤도를 벗어나는 일없이 꾸준히 굴러가게 하는 동인이 되는 것이다.
1840년대말 소위 골드 러시 때에, 황금을 캐겠다는 일념 하나로 마차에 올라타고 미주리의 대하를 넘어 긴 이주의 여행길에 오르는 포티나이너스(Forty-niners)의 눈에는 탐욕이 있었으며,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기슭에 산재해 있는 그들의 묘지는 또한 공포의 경종이기도 한 것이다. 며칠 동안 노려보던 주식에 ‘집 에퀴티 뽑아서 올인 할까?’하다가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갖고 있는 여유 돈만큼만 투자한다.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고, 리스크(risk) 없는 리턴(return·수익)은 없다. 사람들의 탐욕은 수익을 좇지만, 공포스런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탐욕과 공포란 따지고 보면 리턴과 리스크에 다름 아니다. 리스크와 리턴은 결국 선택의 문제가 되는 것인데, 그래서 사람들은 각각의 선호나 재정 상태 등에 따라 공격적이거나 보수적인, 또는 그 중간쯤 어디에서 자기 나름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리턴은 기대 수익률로써 측정되는데, 이는 우리가 익히 아는 평균과 비슷한 개념이다. 투자의 수익률은 미래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 각각의 경우에 따른 수익률을 그 발생 가능성, 즉 확률로 가중 평균한 값이다. 이와 같이 기대 수익률을 산출한 후, 실제 수익률이 기대 수익률로부터 벗어나는 정도, 즉 표준 편차를 가지고 리스크를 가늠한다. 그리고 나서, 리스크의 수준이 비슷하면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안을, 기대수익률이 비슷하면 리스크가 낮은 투자안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주식 펀드나 401(k) 등에 투자하려 할 때에 자주 눈에 띠는 것으로 베타(beta)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간단히 말해서, 특정 포트폴리오가 시장 전체 수익률 변동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나타낸다. 즉 베타가 클수록 그 포트폴리오는 시장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수익률의 변동폭이 커지고 따라서 리스크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베타가 높은 포트폴리오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고, 우리가 그런 포트폴리오를 택할 경우 기대 수익률 또한 당연히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1년 동안 시장 전체 수익률이 25%였고, 똑같이 50%의 수익률을 올린 펀드매니저가 두 사람 있다고 치자. 첫 번째 사람의 베타는 2, 두 번째 사람은 3이었다면, 두 번째 펀드매니저에게 투자한 사람들은 부담한 리스크에 비해서 적절히 보상받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탐욕과 공포가 결합된 무수한 힘들이 모여 주가를 움직이고, 이자율을 변동시키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뜩이게 하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중에서 자본주의와 좀더 가까운 것은 아무래도 탐욕 쪽이 아닐까 한다.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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