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나 건물을 사려고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가면 ‘캐시 플로(cash flow)가 충분하냐’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우리 귀에 익은 일상 언어로 말하자면, 비즈니스나 건물에서 생기는 이익으로 대출금의 페이먼트를 내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냐란 얘기다. 그런데 굳이 캐시 플로, 즉 현금흐름이란 말을 쓰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는 주변에서 경제 활동과 관련된 여러가지 기록을 보게 되는데, 간단하게는 개인의 수입 지출 기록이나 가계부에서부터, 복잡하게는 거대 기업의 재무제표까지, 그 종류와 형태가 참으로 많고도 다양하다. 가계부와 같은 개인적인 기록은 근본적으로 그것을 기록하는 사람의 기억력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자기 나름의 기준에 따라 기록하면 되는 것이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영업활동의 결과로 현금, 채권, 채무 등이 끊임없이 증감, 변동하고 이해 관계자가 많아 일관되고 객관성과 통일성을 갖춘 기준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소위 ‘회계기준’(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이다.
이 기준 중의 하나로 발생주의(accrual basis)란 것이 있는데, 이는 현금을 수취 또는 지출한 시점에서 그 금액을 수익이나 비용으로 인식하는 현금주의와는 달리, 현금의 수입과 지출이 없어도 기업의 손익이나 그 밖의 재무상태에 영향을 끼치는 사건에 대하여 그것이 발생한 때에 수익과 비용으로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10만달러 어치의 물건을 30일 외상으로 팔면 지금 당장 현금 수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10만달러를 매출 수익으로 인식하며, 판매 목적으로 5만달러 어치의 물건을 현금을 주고 살 경우에는 지금 당장은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그 재고 자산이 매출로 연결되고 나서야 비용으로 계상되는 것이다. 이러한 발생주의 회계의 주목적은 수익, 비용, 이득, 손실 등을 그것이 발생한 회계기간과 관련시킴으로써 그 기간의 정확한 경영성과를 측정하고자 하는 데 있다.
어떤 기업이 매출을 증대시키고자 외상 매출기간을 늘리고, 외상 매입기간의 단축을 통해 매입 원가의 개선을 도모했다고 치자. 의도한대로 되었다면 매출이 늘어나고 수익성도 좋아져서 이익 또한 증가하겠지만, 외상 매출금과 외상 매입금 변동의 영향으로 운영자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당분간은 기업 자체의 보유 현금이나 금융기관 차입금 등을 통해 견딜 수 있겠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현금의 부족이 생겨 기일이 도래하는 외상 매입금이나 차입금의 결제를 못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와 같이 발생주의에 의거한 손익계산서 상으로는 이익이 발생하지만 유동성이 악화되어 심지어는 기업이 문을 닫게 되는, 이른 바 흑자도산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회계기준에서도 일정기간에 발생한 현금의 변동내용을 나타내는 동태적 보고서인 현금흐름표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은행은 대출을 실행하면서 그 돈이 제대로 쓰여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현금 창출 능력을 증대시켜 영업활동으로부터 생기는 넉넉한 현금흐름으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기를 원한다. 다시 말해서 둘 다 이기는 윈-윈을 기대하는 것이다.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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