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자들에게 전화요금 청구서는 해독하지 못하는 고문서와 같다. 청구서 맨 아래를 보면 무슨 정체불명의 수수료가 그렇게 많은지 그 잡다한 추가요금을 다 합한 총액은 월정 요금보다 훨씬 많아지게 마련이다. 추가 요금중에는 ‘재산세 할당분(property tax allotment)’‘비용회수 수수료(carrier cost recovery fee)’‘단일청구서 수수료(single bill fee)’ 같이 요즘 새로 나온 것도 있고, ‘전용선 이용 수수료(subscriber line charge)’처럼 점점 더 큰 몫을 차지하는 것들도 있다. MCI 같은 회사는 청구서 용지값까지 수수료에 얹기 시작했다.
무슨 명목인지 소비자들은 아리송
고객에 모든비용 전가… 전화회사‘짭짤’
이런 추가요금은 전부터 있어온 것이지만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 전화회사들이 겉으로 광고하는 가격은 싸게 유지하면서 뒤로는 속셈을 다 차리고 있다고 불평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월 49달러99센트 정액 요금이라고 선전해 계약한 후에 청구서를 받아보면 이것저것 추가되어 다달이 10~ 20달러는 쉽게 더 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 유선전화에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한데 묶는등 복수 서비스 요금은 각종 수수료 총액이 실제 요금의 25~35%에 달할 지경이다.
물론 전화요금에도 판매세 같은 진짜 세금은 부과된다. 연방, 주, 로컬 정부에 내야하는 세금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그저 세금이려니 하고 넘기지만 다 합하면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각종 추가요금중 대다수는 정부가 아니라 전화회사 금고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 ‘재산세 할당분’ 수수료는 전화회사가 내야하는 재산세를 말한다. ‘비용회수 수수료’ 역시 전화회사의 각종 영업 비용를 말한다. ‘단일요금 수수료’는 무선전화와 유선전화 수수료를 하나의 청구서로 받기 원하는 이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오하이오주 소비자 상담국 직원으로 전국소비자권익옹호협회 텔리커뮤니케이션 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데이빗 버그먼은 그 모든 비용이 전화회사들의 콜링 플랜 광고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식당 손님들은 건강및 안전보장 수수료를 따로 내지 않습니다. 그 비용을 충당하려고 식당은 음식 가격을 올리죠. 손님에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지불할 것을 주문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이에 대해 전화회사들은 그러한 추가요금 징수는 합법적인 행위이며 웹사이트나 서비스 계약서에 설명이 되어 있는 한 콜링 플랜의 광고 가격에서 제외시킬 권리가 있다고 맞서고 있는데 어쨌든 이들 수수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로컬 전화회사들이 가입자들에게 부과하는 전용선 이용 수수료는 주거용의 경우 지난 10년 사이에 64%나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월 평균 로컬 전화요금은 23%가 상승했을 뿐이다. 연방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전화회사들이 고객들에게 받아낸 전용선 이용 수수료는 2003년에만 120억달러가 넘었다.
이처럼 추가요금이 우후죽순처럼 많아지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 대부분이 청구서에 인쇄된, 세금 같아 보이는 소액의 수수료들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정확하지도 않다고 따지고 들지 않는데도 일부 원인이 있다. 그러나 따지고 들어봤자 얻는 것도 별로 없다.
그래도 연방통신위원회에 접수된 무선전화 관련 불만은 올해의 첫 3개월간 4,00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두배로 늘었다. 유선전화에 대한 불만 역시 4,3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는 별도로 각 주정부 관계기관에 해마다 접수되는 불만은 수만건에 달하지만 주정부 기관들은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지난 3월 연방통신위원회가 내린 결정에 따르면 주정부 기관은 전화회사들의 요금 청구행위를 단속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마이클 크랍스 연방통신위원이 한 말대로 하도 다양한 수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보통 소비자는 요금을 비교해서 샤핑을 할 수가 없게 돼 있다. 변호사와 회계사가 둘 다 나서야 겨우 그 모든 수수료가 무엇이며 왜 부과되는지 이해할 정도라는 것이다.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 1999년 청구서에 대한 규정을 강화한 바 있는데,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지난 3월 그 대상을 무선 전화회사로까지 확대시켰지만 단속은 커녕 위반회사를 처벌한 적도 거의 없어 유야무야되고 있다.
사실 전화회사에 도전해봐야 소비자들이 챙길 실익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전화 계약서에는 분쟁이 있을 경우 중재자를 고용할 것을 소비자에게 의무화시키고 있는데 중재에 드는 비용이 소비자가 돌려 받으려는 돈보다 더 많은 것이 보통이다. 셀폰도 계약을 중도 해지하면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 틈에서 그런 사소한 불의는 그냥 넘어가자는 그 수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조금씩 모은 돈으로 전화회사들만 다달이 거액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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