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은 저금리 시대다.
그동안 낮은 예금금리 때문에 불만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저금리를 즐기고 있다.
적은 페이먼트로 마이 홈의 안락함을 즐기고 있고 작은 부동산 하나로 수 십개의 빌딩을 소유하는 ‘부동산 재테크’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에퀴티가 높아져 ‘심리적 풍요’도 누리고 있다. 금리가 높았다면 벌써 문을 닫았을 기업들도 저금리 덕에 버티고 있다.
저금리 시대의 클라이막스는 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유희(遊戱)’다. 부동산 붐과 함께 대출이 급증하고 페이먼트도 좋아 영업수익이 올라가고 이에따라 주가도 하루가 다르게 상승했다. 주식분할로 대부분의 이사들이 천만달러대의 재산가가 됐고 은행원들의 평균 연봉이 10만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준 선물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저금리시대를 마냥 즐기고만 있을 건가. 안타깝게도 저금리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릴 조짐이다. 카트리나 재해로 금리인상이 중단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에도 불구 금리인상이 단행됐다. 지난해 6월 1%였던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가 13개월만에 3.75%로 올랐다. 11차례 연속 상승이다. 이런 추세로라면 올 연말께 저금리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4%대로 올라선다. 이렇게되면 일반 시중은행 대출금리의 두자리수 시대 돌입은 시간문제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개인의 크레딧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기금금리보다 4%-5% 정도 높기 때문이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금리가 오르면 가계는 늘어나는 페이먼트 부담에 시달리고 빚 위에 있는 부동산 값은 떨어지게 된다. 이로인해 은행들은 부실이 늘어나고 위기에 처해진다.
은행가에는 벌써 늘어난 페이먼트를 들고 와 “고정금리로 했는데 왜 페이먼트가 오르느냐”고 항의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이에 은행측이 “페이먼트가 적어질 때는 아무 얘기도 없다가 이제와서 왜 그러느냐”고 하면 “그때는 몰랐다”고 발뺌한다는 것. 금리인상 여파의 한 단면이다.
고금리 시대에 대비해야 할 때다.
개인은 우선 예금과 대출,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한다.
예금은 금리가 상승세에 있을 경우 오래 묶어두는 것보다 단기상품이 좋다. 최근 한인은행에서 신상품으로 내놓는 금리상승과 연동해 예금금리를 올려주는 ‘금리연동상품’을 생각해볼 만 하다. 대출은 두말 할 것 없이 고정금리가 유리하다. 장기 변동 모기지를 선택한 사람은 고정금리로의 전환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특히 많은 한인들이 이용했던 ‘이자 온리’(Interest only) 프로그램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원금도 같이 상환해야하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진 후 페이먼트 부담에 대해 미리미리 대비해 놓는 것이 좋다.
투자 포트폴리오도 한번쯤 점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시대에 주의해야할 대표적인 주식으로 금융주를 꼽는다. 한인은행 주식의 경우 커뮤니티 은행의 특수성으로 인해 주류은행과 다른 궤도를 그리지만 일반적으로 고금리시대에는 은행들의 부실우려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고금리 시대에 대비,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시작해야한다.
특히 부동산 담보 대출이 거의 전부인 한인은행들은 고금리→페이먼트 부담증가→대출 부실로 이어지는 부동산 부실대출 관리에 나서야 한다. 한인은행 영업 수익의 효자 노릇을 했던 SBA 부실에 대한 우려도 한번쯤 점검해야 한다.
최근 한인들에게 모기지 대출을 많이 했던 워싱턴 뮤추얼 뱅크, 컨트리 와이드 등이 모기지 대출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고금리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 오기 전에 문단속하라’는 말이 있다. 저금리시대에 즐겼던 전리품들을 하나둘씩 점검해야 할 때다.
권기준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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