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7년새 2배나 늘어…우리 아이들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무려 약 170만명에 달하는 ‘위기청소년’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위기청소년’이란 학교ㆍ가정 생활에 실패해 사회에 온전히 기여하기 힘든 청소년을 말한다.
청소년위원회는 10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외교통상부 국제회의장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 주최한 ‘위기청소년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국내에서 성경험 폭력 가출 학업중단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고위기군 청소년이 약 42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방치할 경우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결손가정 자녀나 학습부진아 등 중위기군 청소년도 약 126만명으로 추정됐다. 이들을 합한 수는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 인구의 21.3%에 해당한다. 특히 청소년위는 최근 자살한 청소년 수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2배나 늘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위기청소년 규모가 이같이 큰데 비해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법무부 교육인적자원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청소년위 등 6개 정부부처 및 기관이 올해 위기청소년 관리 명목으로 배당한 예산은 1,206억원으로 정부 총 예산의 0.15%에 불과하다. 지원 시설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가출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연간 약 10만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쉼터’와 같은 보호시설은 기껏해야 3,000명 수용이 전부다. 청소년위가 발족 당시 137개 상담센터를 지원센터로 개편하고 24시간 상담, 청소년전화 ‘1388’ 통합 등 위기청소년 안전망 정비에 나섰지만 홍보 부족 등 때문에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행사에 참가한 세계 청소년 전문가들은 위기청소년을 구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지역산업의 연계를 통한 ‘지역 청소년 지원 단체’ 네트워크 구성이 절실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국청소년개발원 윤철경 복지정책연구실장은 “정책을 실시하는 부처들은 물론, 지자체까지 각자 따로 활동하고 있어 위기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못 받고 있다”며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종합정보센터와 통합서비스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OECD 교육국의 피터 에반스 선임담당관은 1개의 위기는 별 문제가 안 되나 2개, 4개의 위기가 겹치면 위기상태의 심각성은 4~10배가 된다는 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동시에 여러 위기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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