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화가 데이빗 최씨가 샌프란시스코의 호텔 데스 아츠에 그려진 자신의 벽화 앞에 서 있다.
가는 곳마다 흔적을 남기고…
뉴욕·파리등서 수차례 개인전
호텔·헤어살롱등 곳곳에 벽화
길거리의 낙서광에서 오늘날 팝아트의 천재화가로 평가받는 바스키야를 닮은 한인 아티스트가 있다. 낙서화가 데이빗 최(David Choe·30)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웨스트LA의 GR2에서 ‘소파 킹’(Sofa King)이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가진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고 있는 거리의 예술가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LA로 이민 온 후 베벌리힐스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고교를 졸업하고 2년 동안 세계를 떠돌다가 오클랜드의 캘리포니아 칼리지 오브 아트 앤 크래프트에 진학했지만,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보헤미안 기질이 다분한 그가 캠퍼스 생활에 묶여있을 리 만무했다. 2년 후 학교를 중퇴하고 거리의 예술가가 되어 방방곡곡을 찾아다녔고, 샌호제에 작업 스튜디오를 꾸몄다.
뉴욕, 파리, 도쿄 등 세계 각지에서 개인전만 수 차례 했던 그는 가는 곳마다 거리에 그의 흔적을 남긴다. 지난달 전시 차 LA를 방문했을 때는 아시안 아메리칸 팝컬처의 근거지인 자이언트 로봇 실버레이크의 오프닝을 기념해 대형 낙서를 했다. 또, 지역 아티스트들의 현대적 미술작품으로 도배돼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호텔 데스 아츠(Hotel Des Arts)에는 천장까지 온통 벽화가 그려져 있는 ‘데이빗 최 스윗룸’(304호)이 있고, 그를 유명하게 만든 알라메다의 5 컬러 카우보이 헤어살롱에 그린 높이 18피트의 마천루 벽화는 7만달러가 넘는 금액에 팔렸다.
1981년 3형제의 모습을 그린 작품 ‘Choe Bros circa 1981.’(상단)과 치타라.
어린 시절 만화광이었던 탓인지 그의 그림은 몽환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실제로 그는 코믹북 ‘슬로우 잼’(Slow Jams)을 출간해 슬로우 잼 매니아를 양산했을 만큼 만화가로도 유명하다. 5년 전 당시 4달러에 출시됐던 만화책이 지금은 품절되어 온라인 경매사이트에서 100달러선에 거래되며, 낙서하듯 휘갈긴 그의 그림이 인쇄된 티셔츠와 운동화, 장난감, 프린트 등도 적잖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어린 시절 만화를 보고 그림을 그린 기억이 전부라는 그는 아버지 지미 최씨의 예술적 재능을 이어받았다고 한다. 화가들이 천대받던 시절 아버지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접고 법대에 진학해야 했고, 미국으로 이민 와 부동산업에 종사했다.
제 안의 것을 가능한 모든 평면에 풀어냈던 바스키야처럼 데이빗 최씨는 그 안의 자유를 지저분한 낙서로 분출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분명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바스키야에게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함으로 가득하다.
그림마다 ‘영’이라는 엄연한 한글로 붉은 낙관을 찍듯이 한국인이란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 거리의 예술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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