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결국 제작본부장 교체로 승부수를 띄웠다.
MBC는 21일자 인사를 통해 신종인 부사장이 제작본부장을 겸직하게 했으며 고석만 제작본부장을 특임이사로 발령냈다. 부사장 겸 제작본부장은 MBC뿐 아니라 방송사 전체로도 처음 있는 일.
고석만 전 본부장은 EBS 사장 재직중 EBS 직원들의 허탈纛?뒤로 하고 MBC 제작본부장으로 배를 갈아탔음에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그는 특임이사로서 특별기획 드라마 제작 현장에 직접 나설 예정이다.
MBC가 전격岵?보도, 드라마, 예능국장 교체와 함께 본부장 급까지 뒤흔든 인사를 단행한 것은 최문순 사장 부임후 계속되는 악재 때문이었다. MBC는 말 그대로 올 한해 ‘뉴스메이커’로 각인됐다.
명품 핸드백 사건, X파일 사건, ‘음악캠프’ 성기 노출 사고, 금품 로비 사건, ‘가요콘서트’ 상주 참사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굵직한 사건마다 MBC의 이름이 올라있다.
여기에 갈수록 참담하게 떨어지는 시청률은 MBC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시청률 경쟁의 첨병인 드라마 부문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과 ‘굳세어라 금순아’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화제작이 없었고, 예능 역시 예전의 명성을 무색하게 했다.
당장 20일 시청률을 보면 막막한 수준이다. 새벽 1시20분에 방송되는 ‘수요예술무대’가 0.8%로 시작해 내리 1~5% 수준. 오후 6시50분 방송되는 ‘논스톱5’가 8.7%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미니시리즈 ‘가을 소나기’는 3.6%에 불과했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시청률 10%를 넘긴 프로그램이 단 한 개도 없는 것.
2월25일 부장 출신 사장으로 부임하며 언론계에 화제를 불러모았던 최문순 사장으로서는 취임 이후 잇단 악재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 때문에 부임 후 자신이 선택했던 최전방 공격수들을 거의 전원 교체하기에 이른 것이다.
더욱이 고 전 본부장의 위치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란까지 일었다. 이미 11일 드라마국장과 예능국장 교체가 신종인 부사장의 제작본부장 겸직을 포석에 둔 인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음날 곧바로 나기로 한 본부장 인사가 EBS 사장직까지 포기하고 친정인 MBC로 돌아온 고 전 본부장에 대한 예우 문제로 인해 20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보고를 거친후 매듭지어졌다. 각종 방송 사고와 시청률 저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직 해임되는 것은 정해졌지만 어떤 직책을 맡길지를 놓고 노조까지 나서서 제동을 걸기도 했다.
어찌됐든 신종인 부사장 겸 제작본부장은 큰 임무를 맡게됐다. 76년 MBC에 입사한 후 예능 PD로 이름을 떨친 그는 예능국장을 거쳐 2002년 제작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다모’의 이재규, ‘위풍당당 그녀’의 김진만 PD 등 젊은 PD들에게 장막극 연출의 기회를 줘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내부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등 실험과 함께 장르의 특성을 살린 기획 아이디어를 스스로 내놓아 MBC프로그램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후 울산 MBC 사장으로 부임해서도 1월1일 ‘해맞이 콘서트’, 여름 해변 축제, 연예인 초청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 방송사에서는 보기 힘든 방송 이벤트?개최해 주목받았다.
신 부사장은 21일 정식 인사가 난 직후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MBC를 위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내가 해야할 일을 할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드라마의 경우 내년 6월까지 대충 라인업이 정해져 있지만 보완 작업을 해야 하며, 문제는 그 이후다. 지금이라도 추스르지 않으면 내년에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라며 지금까지 방송을 제작하며 ‘열성’ 하나로 밀고 나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담담하지만 명확한 어조로 말했다.
MBC가 새로운 체제 도입과 함께 뒤숭숭한 분위기를 일신하고 시청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 지 방송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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