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휴스턴 한인학교가 우리 곁에서 2세 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한지도 어언 사반세기를 맞았습니다.
이젠 성년이 된 휴스턴의 한인학교를 뒤돌아보며, 한글교육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회를 갖는 것도 뜻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King Sejong Prize라는 상을 아십니까?
세종대왕 상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UN 산하의 교육 과학 문화기구인 유네스코 (UNESCO)가전 세계에서 문맹퇴치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매년 한글날인 10월 9일에 시상식을 거행하는 소중한 상입니다. 유네스코가 문맹퇴치를 치하하는 상의 이름과 시상날짜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과 한글날로 정했다는 것은 세종대왕의 문맹퇴치 노력과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뜻합니다.
미국의 문맹률은 세계 선진국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 내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READING 능력이 수준 이하로 나타난 학생이 43%나 되었지만, 한국은 같은 조사에서 읽기능력이 수준 이하로 나타난 학생은 미국의 1/10도 안되는 3%에 불과했고, 세계 최저의 문맹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한민족의 우수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글의 놀랍도록 과학적인 구성체계와 습득의 용이성이 가장 큰 이유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제외되고 사회 일부의 지도층 인사들이 영어 공용화를 주장하는가 하면 인터넷상의 맞춤법과 문법 파괴 현상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말과 글이 멍들어 가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러한 논란이 강 건너 불로 느껴지고, 2세의 한글교육이나 민족 정체성 고취의 필요성이 미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겐 한낱 실용성 없는 말뿐인 구호로 여겨지실 수도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의 모국어인 한글이 미국에서 자라나는 우리의 2세들에게 거추장스럽고 쓸모없는, 단지 우리 것이기 때문에 배워야 하는 귀찮은 책임감 같은 것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글교육은 민족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한 방법일 뿐 아니라, 자녀들의 지적 성장과 두뇌 발달을 돕고, 미국 사회의 건실한 일원으로 자라나게 해 주는 중요한 도구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점을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캐나다의 토론토대학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동들과 영어만을 구사하는 아동들 수백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초기 인식능력, 정보처리능력, 문제 해결 능력, 집중력 등 다양한 지적능력 및 학습능력을 실험하였고, 그 결과 이중언어 구사아동 그룹이 단일언어 구사아동 그룹에 비해 거의 모든 능력에서 1년 정도의 빠른 성장을 보여 준다는 놀라운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중언어를 구사하면, 서로 다른 정보의 선택적 차단 및 해석능력, 언어의 추상적 이해력이 월등하게 발달하고, 두뇌 회전 속도와 사고의 순발력 발달을 강화시켜 준다고 합니다. 이는 젓가락 사용이 한국인의 소근육을 발달시켜 줄기세포연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황우석 박사의 말처럼, 한글 교육이 우리 2세의 우수한 두뇌 개발과 사고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둘째, 언어는 말이 아닌 문화의 총체입니다. 외모 자체가 미국인과는 다른 제3국인이 자신의 언어를 잃고 영어만을 구사하며 성장하면, 영어구사 능력 자체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영어를바탕으로 한 가정과 문화에서 자라난 미국인과 맞서, 그들의 문화 속에서 경쟁을 하는데서 불리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결여되어 완전한 능력 발휘가 힘든 심리적 위축상태가 오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문화와 한글교육을 받고 자라난 2세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의 정립 과정에서의 혼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갖고 능동적, 능률적으로 다른 문화에 대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 한글교육은 영어 구사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부모세대와 영어에 능통한 2세들과의 의사소통과 이해의 골을 메워줍니다. 자식들 교육에 모든 것을 바쳐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시켰지만, 언어의 벽으로 인해 성장과정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하지 못하고, 우리의 전통인 아름다운 가족의 유대감을 갖지 못하는 불행을 2세들의 한글교육을 통한 전통 문화의 이해를 통해 해소할 수 있습니다.
넷째, 국제화라는 것은 세계 모든 국가가 단일 언어를 사용하고 단일 문화를 갖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화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 문화의 우수한 부분을 교류하여 얻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함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과 전통 문화를 잃는다는 것은 세계화의 큰 흐름 속에서 커다란 기득권을 잃고 경쟁력을 상실한 문화적 미아가 됨을 뜻합니다. 한국은 길고 험난했던 근대화를 거치고, 이제 세계에서 양적 경제력 11위, 질적 경제력 19위의 선진국으로 발돋움 하고 있습니다. 한글을 안다는 것은 미국 주류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과의 교류의 첨단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뜻함과 동시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에서 자신의 독자적인 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뜻 합니다.
한글은 세계사에 유래 없이 문맹 퇴치와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오랜 연구 끝에 창제된 세계인의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또한 우리 2세들의 한글 교육은 단지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지적성장과 전인적 교육에 충실한 자양분이 되는 실질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백년대계를 위한 투자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 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글 교육의 당위성과 실용성, 한인학교 관계자들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용 교육 시설의 부재와 열악한 기자재로 인해 완벽한 한글 교육의 성과를 얻어 냈다고 자신하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무엇보다 지역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재정적 지원이 우선 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 2004학년도에는 많은 분들의 고마우신 도움에 힘입어 휴스턴 한인학교 전용건물 건립기금으로 2만5천불의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한인학교 건립을 위해선 갈길이 멀기만 하지만, 작년에 어렵게 시작한 발걸음을 시작으로, 여러분들의 2세 교육에 대한 열망과 도움에 힘입어 끝내 목표점에 다다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세워진 전용 교사에 휴스턴 한인 학교의 현판을 다는 날, 그동안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의 성함을 한분, 한분 학교 벽면의 동판에 새겨, 그분들의 뜨거운 정성과 높은 뜻을 영원히 기릴 것 입니다.
수차례의 천재지변과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고충이 많으시겠지만, 오는 10월 27일 개최되는 2005년, 휴스턴 한인학교 후원의 밤에 꼭 참석하시어, 성장해 나가는 우리 2세들의 늠름하고 자랑스런 모습을 확인하시고, 즐거운 공연을 통해 서로의 안부도 묻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휴스턴 한인학교 이사장 권철희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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