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캣 갤러리가 MOCA와 공동 전시하는 ‘데미안 올테가: 비틀 3부작’의 큐레이터 주은지(오른쪽)씨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클라라 김씨. <진천규 기자>
레드캣 갤러리 한인 큐레이터
주은지·클라라 김
1976년형 폭스바겐 비틀 한 대가 낱낱이 해부된 채 허공에 매달려 있다. 한 편에선 비틀을 해체시키는 비디오가 상영되고, 다른 한편에선 거대한 벌레를 매장하듯 비틀을 땅 속에 묻는 영상이 눈에 띈다. 디즈니 콘서트홀에 있는 갤러리 레드캣(RedCat)이 LA현대미술관(MOCA)과 합동 전시중인 ‘데미안 올테가의 비틀 3부작’(Damian Ortega: The Beetle Trilogy)이다. 이번 전시회는 두 한인여성의 공동기획 작품이다. 레드캣의 갤러리 디렉터이자 큐레이터인 주은지(37)씨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클라라 김(30)씨가 그 주인공들.
‘데미안 올테가의 비틀 3부작’ 공동기획
“현대미술의 새 목소리 들려줄 겁니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우주의 사물’(Cosmic Thing)을 출품,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멕시코 작가 데미안 올테가전은 혁신적인 현대미술 전시의 장을 추구하는 레드캣의 비전을 명확히 보여주는 전시다. 레드캣의 제안으로 올테가의 작품 ‘우주의 사물’ 영구소장 기념전을 계획했던 LA현대미술관도 당초의 전시일정을 연기, 이번 기획전에 합세했다.
주씨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그의 작품을 보자마자 구상했던 전시였는데, 김씨 역시 나름대로 작가와 친분을 맺으며 전시 기획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힌다. 두 사람의 예술적 시각과 비전이 서로 통했다는 소리다. 같은 갤러리에서 전시기획을 하지만 의견일치가 쉽지 않은데 이번만은 예외였다.
“현대미술은 다양성이 가장 큰 특징이죠. 세대마다 가장 중시하는 이슈나 컨셉 정도는 있어도 표현방식은 각기 다릅니다. 레드캣은 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동시대 작가들을 발굴하고 전시를 통해 그들의 작품을 기록하는 새롭고도 중요한 목소리가 되려고 합니다”
칼아츠가 운영하는 레드캣(Roy and Edna Disney/CalArts Theatre)의 갤러리를 총괄하는 주씨가 큐레이터로서 지니고 있는 사명이다. 2년 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의 외래 큐레이터로 활동하던 클라라 김씨를 영입한 것도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서다.
두 사람은 6년 전 미니애폴리스의 워커 아트 센터(Walker Art Center)에서 인턴으로 만나 예술적 비전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씨는 UC버클리 인류학 박사과정을 끝낸 상태였고, 김씨는 UC버클리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인턴. 이후 김씨는 시카고 대학원에 진학해 큐레이터의 길을 걸었고, 주씨는 워커 아트 센터의 큐레이터 어시스턴트를 거쳐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아트위크, 아트프레스(파리), FYI(뉴욕) 등의 미술 전문잡지와 에드가 알시노, 카라 워커 등의 전시출판물 기고가로 이름을 높여 레드캣 큐레이터로 발탁됐다.
레드캣은 연 5회 가량 전시회를 열고 관련서적을 1∼2권 출판한다. 주씨는 중국과 동아시아 미술에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갖고 있는 반면, 김씨는 세계 무대에 막 떠오르는 유망 작가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호평을 받았던 그룹전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는 김씨 혼자 기획한 전시회였다.
각기 추구하는 바가 달라도 이들에겐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작가를 미국에 소개하려는 열정이다. 레드캣에서 주씨가 선보인 ‘김소라(Sora Kim), 김홍석(Gimhongsok)’전과 김씨가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전시했던 ‘이 불: 영원한 삶’(Lee Bul: Live Forever)이 바로 이런 욕구의 분출이다.
두 사람은 “레드캣 갤러리를 전세계의 미술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전시공간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우리와 비전이 같은 한국 작가들의 전시를 많이 기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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