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무역제재까지 경고… ‘한류 열풍’ 통상 마찰로 비화 조짐
중국과 동남아 일대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이 통상 마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방송위원회와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한국 드라마는 매일같이 베트남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데 반해 베트남 프로그램은 한국 TV에 전혀 소개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베트남 내에서 한국 TV프로그램의 방영을 규제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당국자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한국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방영 규제뿐 아니라 베트남에 수입되고 있는 다른 한국산 상품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방송위 관계자는 최근 방한한 베트남 정부 고위당국자와 공산당 고위관계자가 양국 방송 프로그램 교류의 불균형 현상을 지적하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면서 단순히 한국 프로그램의 방송 규제 조치뿐 아니라 공산품 등 다른 한국 상품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다음주 개최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에 열릴 한국 정부와의 양자회담에서 양국간 방송교류 불균형 문제를 주요 통상의 제 중하나로 거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석유제품과 자동차, 섬유, 무선통신기기 등 32억5천600만 달러어치의 상품을 베트남에 수출하고 연체동물, 신발, 수산가공품 등 6억7천300만달러어치를 수입, 25억8천2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 만약 베트남이 무역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베트남 정부의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일고 있는 ‘반(反)한류 정서’와 관련돼 주목된다.
최근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는 ‘한류 열풍’으로 직접적 타격을 받은 현지 연예계와 청룽(成龍), 장궈리(張國立) 등 일부 스타를 중심으로 한류를 몰아내는 대신 중국 연예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위와 외교부는 최근 ‘베트남 문화주간’ 행사를 기획해 베트남의 각종 문화상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등 베트남측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위는 또 일부 지상파와 케이블TV 등에 베트남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시청률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편성을 꺼릴 것이 명약관화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시청률을 보장하기 힘든 베트남 프로그램을 무조건 방영하라고 방송사측에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고충을 토론했다.
한편 베트남뿐 아니라 중국도 최근 한국 드라마가 중국 TV를 도배하고 있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방송 교류의 불균형 현상을 시정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드라마 등 일부 프로그램의 공동제작과 한국 내 방영 등 중국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국 상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 등 통상 마찰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한류 열풍’이 중국과 동남아 등지를 휩쓸면서 고개를 들고 있는 ‘반한류 정서’가 통상 마찰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문제가더 심각해지기 전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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