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달콤한 스파이’서 깡패 두목으로 변신
깡패 역할이 은근히 힘들어. 허허.
우리 시대의 영원한 아버지 연기자인 탤런트 최불암(65)이 드라마에서 ‘조폭’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한다.
7일 첫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달콤한 스파이’(극본 이선미 김기호, 연출 고동선)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범구파 두목 최범구. 한때 타고난 배짱으로 뒷골목을 주름잡았지만 감옥에 다녀온 뒤 왕년의 부하의 권투도장에 얹혀사는 신세로, 호기만은 여전한 인물.
출소 직후 자장면을 한 젓가락에 먹어치우는 장면에서 무려 다섯 그릇을 먹었다는 그는 자장면이 보기보다 쉽게 안 넘어가더라. 이제 자장면 냄새도 맡기 싫다며 특유의 인정 넘치는 웃음을 터뜨린다.
3회 방송분에서는 목욕탕 ‘노출신’도 있고, 찜질방에서 방귀를 뀌어 주위 사람을 다 도망가게 만드는 장면도 촬영했다. 이처럼 그는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도 마다하지 않으며 캐릭터에 기존의 조폭 보스와는 다른 인간미를 녹여낸다.
전국민의 존경을 받는 ‘국민 배우’로서 ‘망가지는’ 모습까지 소화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를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창조해내는 기쁨이라고 설명한다.
아직도 출연 제의 전화가 오면 가슴이 팡팡 뛰어요. 이번에는 어떤 인물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기대 때문이지. 요즘은 예전처럼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바꾼다는 게 어렵지만 그래도 어떤 역할을 새로 맡으면 여전히 마음이 설레요.
오지명이 감독한 영화 ‘까불지마’에서도 건달 연기를 펼쳤지만 브라운관에서는 아직도 ‘수사반장’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어 깡패 변신은 더욱 눈길을 모은다.
이에 대해 그는 ‘수사반장’의 업보를 이제야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사람은 항상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수사반장’에 20여 년 동안 출연하는 동안 후배 연기자들도 어느덧 다 아버지가 됐고, 악역 배우들이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낼수록 그 아이들은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아버지’다운 설명이다.
최불암이 연기하는 범구는 스스로 ‘낭만파 깡패’라고 말할 정도로 미운 악역이라기보다는 정감이 넘치는 캐릭터이다.
그는 옛날 깡패는 인정이 있고 인간 앞에 약한 존재였지만 요즘은 냉혹하다면서 그런데 여자들은 냉혹한 쪽을 더 좋아하지 않느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최불암이 목욕탕 장면을 촬영하려고 찜질방에 갔다가 만난 한 노인이 촬영인 줄 모르고 이 동네 사슈?라고 물었다는 이야기에서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다. 이에 그는 촬영 때문에 왔다고 대답하지 않고 실제로 목욕하러 들른 듯 웃었다고 한다.
돈 때문에 드라마에 출연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면서 돈이고 정치고 결국 남는 것은 인생이고 인간이다라는 말에서 그의 인생 철학이 진하게 묻어난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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