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에쿠우스’ LA 공연
현대문명과 기성세대 비판
남녀배우의 전라 연기 충격
무대 위에서 여자배우와 남자배우가 완전히 벗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 연기가 펼쳐진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연기는 몰아의 경지에 다가선다. 덩달아 공연의 감동은 충격 선상을 넘나들고-. 이 무대를 ‘외설’이라 몰아 붙일 수 있을까.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찔러 재판에 회부된 앨런. 그 충격을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으로 다가서게 하기 위해 두 배우는 기꺼이 알몸이 됐다.
공연 때마다 외설 논쟁에 휩싸이는 연극 ‘에쿠우스’(Equus)가 아시안 극단인 이스트 웨스트 플레이어스(EWP)에 의해 요즘 LA에서 공연되고 있다.
EWP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으로 기획된 이번 ‘에쿠우스’ 공연은 영화 ‘스타트랙’의 배우 조지 다케이가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역을 맡아 관객들을 직접 만난다. 앨런 스타랑역을 맡은 트리유 트란은 극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격렬한 연기로 관객을 숨막힐 듯한 긴장감으로 몰아간다. 단순히 자극적인 볼거리만을 주는 연극과는 격이 다르다. 특히 극 전반에 걸쳐 무대 위로부터 들려오는 효과음 같은 드럼 소리에 귀기울이다보면, 어린 소년 앨런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 엄숙함을 넘어서 몸서리치게 만든다.
영어 대사를 이해해야 하는 입장에서 1막은 조지 다케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너무 충실을 기해 지루함이 없지 않다. 그러나, 2막은 다르다. 앨런이 자신의 본능적 욕구와 신성시하는 영혼의 충돌로 말의 눈을 찌르게 되는 과정을 재현할 때는 탄성이 새어나올 만큼 강한 충격을 준다.
이번 공연은 팀 당이 연출을 맡았고, 타이코 프로젝트가 음향효과를 담당했다. 출연진으로는 한인 배우 클라우디아 최씨가 간호원으로 등장하고, 조지 다케이, 트리유 트란, 셰릴 차이, 웨슬리 존, 디안 코바야시, 해리 두영 등이 무대에 나온다. <하은선 기자>
▲공연일정 : 12월4일까지 목∼토요일 오후 8시, 토·일요일 오후2시.
▲장소 : 데이빗 헨리 황 디어터(LA 다운타운, 120 Judge John Aiso St.) ▲티켓 : 35∼40달러
▲문의 (213)625-7000, www.eastwestplayers.org
말 여섯 마리 눈을 찔러
재판에 회부된 소년은…
● ‘에쿠우스’는
극작가 피터 셰퍼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연극 ‘에쿠우스’는 1973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연극이다.
1975년 토니상 수상작으로, 한국에서는 같은 해 극단 실험극장이 처음 무대에 올려 ‘강태기’라는 스타를 탄생시켰고, 송승환, 최민식, 조재현 등이 앨런역을 맡아 스타 계보를 이어왔다.
라틴어로 ‘말’을 뜻하는 에쿠우스(equus)는 말의 눈을 잔혹하게 찔러 죽인 소년과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를 통해서 현대 문명의 어두움과 기성세대의 위신을 비판한다. 극중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는 이성과 논리의 세계에 충실한 지적인 인간상으로 오늘의 우리를 대변하며, 다이사트의 어두움은 앨런이 치료과정에서 재현하는 말 여섯 마리와의 제의에 의해 서서히 그 전모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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