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 차세대 주역으로 선정된 UTA에이전트 데이빗 박씨.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작가야말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꽃임을 강조한다. <진천규 기자>

‘로스트’‘윈드폴’‘CSI:마이애미’‘심슨스’등 작가·프로듀서 수십명
‘그의 입’보고 움직인다

주급250달러 우편물 분류사원 출발
10년만에 UTA 최고 유능맨으로 성장
“업계 꽃은 작가… 한인들 도전 기대”

“TV쇼도 미국에선 리메이크 붐이 한창입니다. 독창적이고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라면 인종과 국적이 상관없어요. 영화가 섹시한 분야라면 TV는 돈이 벌리는 비즈니스죠. 그 중에서 작가는 ‘왕’으로 대접받습니다”
데이빗 박(32·한국명 박대곤)씨는 유나이티드 탤런트 에이전시(UTA)에서 TV작가와 프로듀서들을 대표하는 에이전트이다.
베벌리힐스에 있는 UTA는 최근 에이전시 ‘빅3’로 꼽히던 윌리암모리스와 인터내셔널 크리에이티브를 밀어내고 업계 2위로 등극했다. 그리고, 그는 150명이 넘는 UTA소속 에이전트 중 가장 유능한 차세대 주역으로 선정됐다. 10년 동안 UTA의 에이전트라는 긍지와 한결같은 마음으로 피땀 흘려 일군 성공이다.
그가 대표하는 TV작가와 프로듀서는 30∼40명. ABC드라마 ‘로스트’의 작가이자 프로듀서 스티븐 마에다, NBC드라마 ‘윈드폴’의 프로듀서 로리 맥가시를 비롯해 ‘그레이 아나토미’ ‘CSI: 마이애미’ ‘심슨스’ 등의 작가와 프로듀서들이 모두 그의 한마디에 방송사와 계약을 맺고 앞으로의 작품방향을 결정한다.
“에이전트는 집념과 열정, 든든한 후원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그런 면에서 전 행운아에 속하죠”
80년대 초 북가주로 이민 온 박희종(현 버클리중앙교회 목사)·박순애씨 슬하 2남1녀의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UCLA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졸업 후 로펌에 입사했지만,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는 변호사의 길을 포기하고 에이전트를 택했다.
연봉이 높고 미래가 보장되는 직업이라는 대학 친구의 권유로 UTA에 입사했다. 밑바닥 사무원에서 출발했다. 당시 그의 업무는 각 에이전트 앞으로 배달된 우편물을 분류하고 나눠주는 것. 주급 250달러에 하루종일 우편물이나 쳐다보는 하찮은 일이었다. 그 때 그는 배우보다는 작가를 담당하는 에이전트의 포부를 키웠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는 매일 수십 편씩 날아드는 대본을 읽으며 메이저 방송사의 구미를 당길만한 ‘걸작’을 찾아내거나, 방송사가 원하는 프로젝트에 맞게 작가의 창의력을 자극한다. 작품을 보는 안목, 명석한 두뇌와 넘치는 에너지,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갖춘 그는 성공 가도를 달리게 한 최대의 원동력으로 부모님을 꼽았다. 한국에서 편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는데도 미국에 이민 와 자식을 위해 헌신한 부모님을 보면 한시도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것.
아무리 바빠도 ABC드라마 ‘로스트’ 시청은 빼놓지 않는다는 그는 로스트에 한인 배우들이 주역을 맡고 한국어 대사가 등장했을 때 평소 친분을 맺고 있던 로스트 제작진에게 정중히 경의를 표했다. 현실적으로 묘사한 한인상을 TV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우선 감사의 마음이 들어서다.
“한인이라고 특혜를 주진 못해도 구성이 탄탄하고 흥미진진한 대본을 접했는데 작가가 한인이라면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죠. 영화, TV, 책, 음악, 비디오게임 등을 막론하고 할리웃에 진출하고 싶은 작가는 누구나 환영합니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