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 연극의 선구자 로버트 윌슨이 연출한 바그너의 걸작 ‘파르지팔’.
■LA오페라의‘파르지팔’리뷰
64세 도밍고가 주역 맡아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무대세트
과감한 생략, 강렬한 조명 인상적
바그너 최후의 걸작이다. 중세 신화에 근거를 둔 성배에 관한 작품이다. 64세의 플라시도 도밍고가 오페라의 주역 파르지팔을 맡았다. 구르네만츠로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베이스 매티 살미넨이 등장한다. 막간 2회를 빼고도 공연시간이 4시간30분을 넘는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LA오페라가 초연하는 회심의 역작 ‘파르지팔’(Parsifal)은 여러모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공연이다. 그러나, 1882년 베이루스(Bayreuth·바이로이트)에서 세계 초연된 클래식 오페라를 기대하고 객석에 앉았다면 막이 오름과 동시에 상실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번 공연은 이미지 연극의 대가 ‘로버트 윌슨’ 버전이다.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무대 세트와 의상, 환영을 쫓는 듯한 강렬한 조명이 전부이고, 배우들의 움직임도 극히 적다. 일부러 꾸민 듯한 자세로 가만히 서있지 않으면, 슬로모션의 연속이다.
로버트 윌슨은 1976년 작곡가 필립 글래스와 같이 만든 ‘해변의 아인슈타인’(Einstein on the Beach)으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으며 오페라의 예술적 창작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꾼 아방가르드 연극의 선구자로, 지난해 LA 오페라의 ‘나비부인’ 역시 미니멀리즘과 강렬한 빛의 연출로 극찬을 받았다.
모든 것이 과감히 생략되다보니 오히려 오감이 모두 오케스트라 연주에 집중돼 음악에 몰입하게 만든다. 바그너가 이 곡을 오페라라 부르지 않고 ‘악극’(Music Drama)이라는 명칭을 부여한 게 실감난다. 1막 공연시간이 2시간에 달하지만 곡 자체가 중간에 한번도 쉼 없이 계속되고, 2막, 3막 모두 한 곡처럼 연속되는 무한 선율임이 드러난다.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자 LA 오페라 음악감독 켄트 나가노의 지휘에 열광하게 만드는 공연이다.
베이스 바리톤 앨버트 도멘이 암포르타스역으로, 소프라노 린다 왓슨이 치명적인 유혹의 여인 쿤드리로 출연하고, 베이스 하트멋 웰커가 이교도 클링조르로 사악한 연기를 유감없이 펼친다.
공연일정은 12월3일과 8일, 14일 오후 6시30분 11일과 17일 오후 2시 5회 남아있다. 입장료 30~205달러. 공연장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135 N. Grand Ave.) 문의 (213)972-8001 www.laopera.com
‘순수한 바보’ 파르지팔을 연기하는 플라시도 도밍고.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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