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가격 결정은 할인율로
돈의 가격인 이자는 이자율(interest rate)로 표시 또는 측정된다. 이자율과 비슷한 것으로 수익률(yield)과 할인율이 있는데, 어느 정도 구별되어 쓰이기는 하지만 그게 그것일 경우도 많다. 그래서 굳이 이들을 구별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까지는 없지만, 실제로 그 말들이 어떻게 쓰이는 지를 살펴봄으로써 이자율에 대한 이해를 좀 더 깊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은행에 가서 예금 이자율 표를 달라고 해서 보면, 상품별, 기간별로 이자율이 있고 그 옆에 해당 연 수익률(Annual Percentage Yield, 흔히들 줄여서 APY로 표시한다)이 적혀 있다. 알다시피 이자를 계산하는 방법에는 단리와 복리가 있는데, 복리는 이자에 이자가 붙는 식으로 셈이 된다. 1년 후 10% 이자를 지급하는 CD와 연 이자율(Annual Percentage Rate, 흔히들 줄여서 APR로 표시한다) 10%인 3개월 만기 CD가 있다고 치자. 둘 다 APR은 10%지만 후자는 발생한 이자를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똑같이 10만달러를 투자했을 경우 1년 후 원리금 합계액은 3개월 만기 CD가 대략 400달러 정도 많게 된다. 두 CD의 APR은 같지만, 3개월 CD의 APY가 10.4%로 전자에 비해 0.4% 높은 것이다. 즉 연 이자율이 같다하더라도 만기나 이자지급 방법에 따라 수익률은 달라지기 때문에, 연 수익률을 병기함으로써 예금 상품간 비교를 용이하게 하려는 것인데, APY는 복리계산이 된 것이므로 비교의 잣대로는 APR보다 좋다고 볼 수 있겠다.
정부나 기업이 장기자금을 조달할 때에 많이 쓰이는 것으로 채권(bond)이 있는데, 이 채권은 대개 일정기간 동안 고정된 금리가 지급되다가, 만기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발행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5년 만기 채권의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기업의 신용도나 채권의 만기 등을 감안하여 표면금리(coupon rate)를 5%로 했다고 하자. 이자가 매년 말에 한 번 지급되는 조건이라면, 그 채권에 1,000달러를 투자한 사람은 매년 50달러의 현금 흐름이 생기다가 5년째에는 원리금 1,050 달러가 들어온다.
어쨌든 채권 발행 준비에 2개월 정도를 보낸 후, 5% 이자율이 인쇄된 채권을 들고 시장에 나갔더니 그 두 달 동안 시장 이자율이 6%로 올라 있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6%의 수익률이 보장되어야 이 채권을 사겠다는 의미인데, 그렇다고 이미 인쇄된 채권의 이자율을 모두 고칠 수도 없다. 어떻게 하나? 별로 복잡하지는 않다. 1,000달러 채권을 좀 싸게 발행--이런 경우를 할인발행이라 하고, 반대의 경우를 할증발행이라 한다--함으로써 6%의 수익률을 맞추어 주면 된다. 이때 발행가는 앞서 말한 채권의 5년 동안의 현금흐름을 시장 수익률 6%로 할인하여 구한다.
결국 채권의 현금 흐름은 정해져 있는데, 그것의 할인율로 사용되는 시장 이자율이 변함으로써 채권가격을 변동시키는 것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자율과 채권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때의 이자율은 채권의 표면금리가 아니라 그 채권의 가격 결정을 위해 할인율로 사용되는 시장 이자율인 것이다.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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