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현악 4중주단의 연주를 보고
지난 11월4일 LA에서 요하네스 현악 4중주단의 연주회가 있었다. 이들은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와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죽음과 처녀)를 연주했다.
슈베르트의 말기작품인 ‘죽음과 처녀’는 곡 도입부 두 마디가 무겁고 강렬하여 표제를 연상시킬 정도로 어려운 곡의 흐름을 예고한다.
연주장인 ‘도헤니 메이슨 홀’(The Doheny Masion Hall)은 고딕과 영국 튜더 양식의 건축물로 바닥, 벽 그리고 기둥이 대리석으로 천장과 장식은 목조로 조화가 잘 된 박물관이다. 음향 또한 좋은 데다가 연주자들과 청중간의 거리간격이 없어 일체감을 이루니 분위기부터 가슴을 설레게 했다.
슈베르트곡, 특히 교향곡을 듣노라면 가끔 베토벤으로 착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곡은 묘한 여러 색깔의 음과 소리가 정교하게 배열된 독특한 곡이다.
2악장 안단테 콘모토(느리고 활기차게)에서 첼로 솔로 부분에 이르러 독주자가 첼로와 혼신의 일체가 되며 피아노에서의 음의 흐름이 마치 해달의 부드러운 가족 같고 미풍에 날리는 흰 양털을 연상시킨다. 포르테(세게)에 가서는 거친 듯 하면서도 강렬한 톤이 청중들의 가슴을 흥분시키고 리드미컬하면서도 부드러운 피치카토(pizzicato·바이얼린 첼로 등에서 활을 사용하지 않고 현을 손가락으로 퉁겨서 연주하는 법)는 독주자의 독특한 해석과 색다른 주법으로 마치 콘트라베이스의 아름다운 중음 소리같이 들리니 그 포근함에 찬사가 절로 났다.
96년 파가니니 경연대회서 우승한 바이얼린의 김수빈, 줄리아드 출신인 제2바이얼린의 캐서린 조, 줄리아드 출신으로 템플대 교수인 비올라의 장춘진, LA필 수석첼로를 역임한 첼로의 피터 스텀페로 구성된 연주자들의 경력이 말해주듯 멤버 각자는 기술, 자질 그리고 충분한 음악성을 갖췄다. 뛰어난 유니존의 일체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부분에서의 완숙한 처리, 충실한 음정 유지는 극치의 앙상블을 이루게 하는 아름다운 연주였다. 다만 모차르트 곡에서 제2바이얼린 비올라 그리고 첼로로 이어지는 음색의 통일성이 좀 아쉬웠다.
모든 연주단원의 열정으로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콘서트 홀은 박수갈채와 환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런 연주회가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박종렬 <샌타애나 심포니 음악감독 겸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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