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뉴저지베데스다교회)
성경의 기록의 시작과 마침은 장소에서 시작되고 장소로 마친다. 창세기의 첫 시작에서 땅에 대한 언급, 에덴동산의 이야기는 요한계시록의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완성된다.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의 기록을 이어 주는 고리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모세를 찾아 오셨던 하나님은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라는 말씀으로 다가오셨다.
거룩이라는 말은 “하나님께 속했다”는 말이다. 그 땅이 거룩하다는 것은 그 땅이 하나님께 속했다는 뜻이요, 하나님이 거기 임재 해 계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성경이 의미하는 구원은 하나님에게 속하는 것이요, 그의 임재를 누리며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을 가리켜 거룩한 백성이라고 부른다.
그런 배경에서 구약이나 신약에서 하나님의 백성을 가리켜 “그의 소유된 백성, 거룩한 백성”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하나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 인생의 행복인 것을 아는 사람이 참 백성이요 성도이다.
거룩하다는 말은 장소를 가리켜서도 사용된다. 거기 하나님이 임재 할 때, 가정이든 일터이든 그 자리는 거룩한 자리로 들림을 받는다. 나는 교회 옆에 살기 때문에 무시로 출입이 가능하다. 내게 가장 복된 시간은 조용히 그 장소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거기서 하나님의 임재를 찾고, 그
임재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말의 기도를 지양한다. 그 임재 앞에 조용히 머무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지금까지의 삶을 크게 힘들지 않고 지탱할 수 있었음은 그 자리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내게 또 다른 자리, 복된 자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있었던 자리이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홀로 조용히 달리셨던 십자가이다. 우리의 죄와 저주를 대신 지고 홀로 달리셨던 자리, 조용히 무지하고 난폭한 인간들을 위해 기도하셨던 자리, 그 자리를 발견함은 내게 축복 중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무거운 죄의 짐을 지고, 애통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 항상 나타나는 자리가 바로 그 십자가 밑이다. 교회 안 전면에 그토록 십자가를 달아 놓는 것은 까닭이 있다. 그 밑을 찾아와 죄를 자복하면, 용서를 받는다. 우리의 죄와 애통함이 하나님의 용서와 친밀함으로 교환되는
자리, 무서운 폭풍도 그 앞에선 잠잠하게 된다.
그 자리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내 자아가 죽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삶을 올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내 자아에 있다. 그 자아가 처리되는 곳이 십자가이다. 그곳은 내가 심판받는 곳이다. 나를 심판의 대상으로 내어놓는 것이 오히려 심령의 자유를 약속한다. 내가 없는 곳에는 번민과 욕심도 사라진다. 용서하지 못하고 용납하지 못하는 나에게 침묵을 가르치고, 귀를 열어 하늘의 음성을 듣게 해 주는 곳도, 바로 그 자리이다. 천지 만물을 다스리는 하나님이 마치 그 권세와 주권을 포기한 것처럼 조용히 달려 있는 곳이 바로 그 십자가이다.
우리 인생들이 마땅히 머물러야 할 곳을 찾지 못하고, 저마다 왕좌를 찾아 떠들썩할 때, 하나님은 오히려 십자가 높이 죄인처럼 조용히 달리셨다. 그러나 그 자리는 지극히 역설적으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하늘의 생명을 수여 받는 장소로 약속되고 있다. 아직도 살아 있는 자아를 조용히 잠재우고, 하늘의 평강을 맛볼 수 있는 장소, 내 분수를 알고,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진정 고백할 수 있는 장소, 더 나아가 이 세상의 진정한 정복자가 되어 살 수 있는 그 자리는 죄인처럼 달려서, 우리를 대속하시고, 조용히 기도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달린 그 장소에 머무르는 것을 알게 된 것이 항상 고맙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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