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동부의 한 명문고가 홍역을 치렀다. 한인과 중국계 아시안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학교에서 위조학생증이 발견됐다. 이 학생증이 SAT 대리시험에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학교측에서 조사에 나선 것이다.
학교와 해당 교육구측에서는 ‘상당수가 아닌 소수’의 학생들만이 관련됐고, 시험부정 증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사 내용을 강력히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확인도 최소한의 수준에서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언론에 노출된 데 대한 한인 학부모들의 반응은 좀더 화끈(?)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접촉했을 때 ‘모른다’고 잡아떼던 이들은 보도 직후에는 ‘상소리’까지 섞어가며 한인 학생들은 관련 없다고 다그쳤다.
그러나 한인 학생들은 분명히 이번 일의 중심에 있었다. “사실 한국애들보다 중국애들이 더 많다”는 한 학부모의 항변도 그 사실을 덮을 수는 없었다.
이 지역 한인 학원가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짜맞추기라도 한 듯이 “아이들이 밤에 나이트클럽에 가려고 아이디를 위조했다”는 말이 떠돌았다.
술집에 가려고 아이디를 위조할거면 운전면허증을 만들어야지, 고등학교 학생증을 만들었다는 말은 이번 일을 덮기 위해 지어낸 어설픈 각본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사실 학교 시험부정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근 고등학교를 다니는 한인 학생은 “친구들이 AP시험을 대신 봐달라고 부탁 받은 적이 있다”면서 “대리시험이 큰 문제가 된 적이 없지만 학생들끼리는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명문대에 꼭 진학해야 하는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될 것 같으면 일단 덮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하는 학부모들이다. 어려운 이민생활에 자녀교육까지 잘 시켜 좋은 대학에 집어 넣으면 남부러울 것 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치부에 대해선 눈을 가리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가.
시험부정은 한인학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점점 도덕적 무감각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되새겨볼 부분이다. 학교와 교육구 측에서는 이번일 자체를 시험 주관 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힌 상태다. 위조학생증이 대리시험에 사용됐는지 여부는 학교측과 시험주관 기관의 성실한 조사가 뒤따르면 밝혀질 것이다.
시험부정이 없었기를, 위조된 학생증도 순진한 학생들이 나이트클럽을 가기 위해 만든 것이기를, 그래서 학부모들의 강력한 항의도 정당한 것이기를 바란다.
배형직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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