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모목사(뉴욕한사랑교회)

예수가 탄생한 곳이 베들레헴이다. 베들레헴(Bethlehem)의 뜻은 히브리 어(Bet Lehem)로 ‘빵 집’이다. 한국인의 개념으로는 ‘떡 집’이다. 한편 아람어로는 ‘푸줏간’(Bayt Lahm)이다.

이 둘이 예수의 생애와 성서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재미난다. 그래서 예수는 떡 집에서 태어났고, 혹은 푸줏간에서 태어났다고도 말 할 수 있다. 떡과 푸줏간은 예수의 복음과 관계가 깊다. 예수는 “내가 곧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요6:35)고 하였다. 예수는 자기 자신을 생명의 떡이라고 한 것은 그의 성만찬에서 다시 확증이 된다. 그는 십자가
의 처형을 앞에 두고 제자들과의 최후 만찬에서 떡을 나누어주면서 말하기를 “받아먹으라, 이것이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사례하시고 저희에게 주시며 가라사대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26:26-27)고 하였다.

푸줏간은 소, 돼지, 양 고기 등을 파는 집이다. 팔레스타인은 양을 많이 치므로 주로 푸줏간은 양고기가 주였다. 예수는 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선한 목자라 내가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요10:14-15). 예수는 양을 위해서 자기 목숨을 버린다고 하였으니 그는 제자와의 최후 만찬에서 자기 자신의 살과 피를 나누어 주는 ‘푸줏간’의 일을 한 것이다.

누가복음은 예수가 태어난 집을 자세히 말하고 있다. 베들레헴의 한 사관(舍館)의 마구간에서 태어났다(눅2:7)는 것이다. 사관은 오늘날의 여관(Inn)이다. 여관의 마구간은 수많은 말과 나귀가 묵고 가는 곳이어서 냄새나고 정결치 못한 곳이다. 여관이 주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세상은
여관이요 인생은 나그네와 같은 존재다. 나그네가 없으면 여관이 존재할 수 없다. 인생은 하나의 여행하는 나그네다.

스코트렌드의 장로교회 목사요 작가요 에든바라대학의 총장을 지낸 로버트 라이턴(Rogert Lighton 1611-1684)은 늘 말하기를 “나보고 마지막 세상을 떠날 장소를 택하라면 여관을 선택하겠소. 왜냐하면 인생이란 나그네와 같이 여행하는 자이기 때문이오.”라 하였다. 그의 소원대로 위비크레인의 조용한 여관방에서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마지막 글이다. “인생은 나그네가 아닌가. 이 세상에 잠간 왔다가 가는 나그네. 마치 여관에서 잠시 묵다가 떠나는 나그네이어라. 나그네인 우리들이 갈 곳은 주님이 예비하신 한 성(城) 영원한 본향이라네. 현명한 나그네는 여관 같은 세상에 많은 것을 쌓아 놓지 않는다네. 이 세상은 여관일세. 너와 내가 잠시 묵고 가는 여관일세. 나 지금, 내 본향으로 간다네. 영원히 거할 내 본향으로.” 크리스마스가 주는 의미는 ‘이 세상은 여관이요 우리 인생은 나그네’라는 것이다.

예수의 탄생에 얽힌 떡집, 푸줏간, 여관 이 셋의 의미는 ‘존재는 영원치 않다’는 의미다. 그리고 존재의 가치가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세속풍조에 휩쓸리는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영생의 떡인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할 때에 비로소 우리는 영원으로 향한다. 어차피 당신과 나는 나그네이기 때문에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